[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체감경기는 여전히 팍팍한데 …왜, 고용시장은 역대 최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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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24-06-2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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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경기는 안 좋은데, 고용시장이 좋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들린다. 경제 상황을 명확히 설명해주는 것이 고용상황이고,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실업률과 고용률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정말 팍팍하기만 한데, 고용률과 실업률 지표는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다.
 
골디락스의 고용지표
고용률은 2023년 62.6%에 달해, 고용률 통계를 공식 집계한 1965년 이래로 가장 높은 최고점이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2024년과 2025년 고용률 전망치를 각각 62.8%, 63.0%로 제시했고, 이러한 견조한 고용시장의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실업률도 2023년 2.7%를 기록해, 역사상 최고의 고용 수준임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실업자 통계를 추계할 때 ‘지난 1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였는지’를 확인하는데, 2014년부터 국제기준에 맞게 실업자의 정의를 ‘지난 4주간’으로 변경했다. 더욱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실업률 통계를 계산했기 때문에, 통상 0.2~0.4%p 실업률이 높게 나타난다. 2.7%의 실업률은 ‘지난 4주간’인 국제기준으로 변경하여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가장 낮으며, 3.0%를 밑돈 것도 2022년~현재까지 처음 있는 일이다. 국제기준으로 변경하기 전 단계의 실업률을 기준으로 했을 때도, 2.7%를 밑돌았던 적은 1988~1997년 폭발적으로 경제가 성장했던 당시의 10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없다. 한국은행은 2024년과 2025년 실업률을 모두 2.9%로 전망하고 있고, 고용시장은 당분간 탄탄하게 전개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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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지표, 체감경기와 다른 이유
체감경기는 분명 안 좋은데, 왜 고용시장은 최고일까? 체감경기가 좋지 않을 뿐이고 실물경제는 좋다고 하더라도, 분명 지금 경제가 최고의 고용지표를 보일 만큼 최고의 경제상황은 아니다. 그 이유를 진단해 보고, 이러한 괴리 현상에 어떤 대응이 필요할지를 모색해 보자.
 
첫째, 삶이 팍팍해서다. 실업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자발적 실업’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자발적 실업(voluntary unemployment)은 일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현재의 임금수준에서 일할 의사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고물가 장기화로 물가는 턱없이 높고,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상환 부담마저 가중되고 있다. 이른바 생활비 위기(Cost of Living Crisis)다. 명목소득, 즉 통장에 찍히는 소득은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실질소득, 즉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실질 기준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직전인 2022년 2분기 367만원에서 2024년 1분기 356만원으로 감소했다. 물가상승속도가 소득증가속도보다 빠르고, 높은 이자에 허덕이다 보니, 삶이 팍팍할 수밖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원하지 않는 일자리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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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소득 추이, 통계청] 


 
둘째, 임시근로자가 늘어서다. 실업을 선택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는 일자리라도 선택하게 된다. 실제 2020년 팬데믹으로 고용 충격이 발생한 이후, 임시근로자가 추세적으로 늘어났고, 2024년 5월 493만명에 달한다. 임시근로자 규모로는 2019년 5월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약 2200만명의 임금근로자 중에서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지 못한 임시근로자 비중도 2023년 21.2%에서 2024년 5월 22.1%로 상승했다. 고용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후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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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근로자 규모와 비중 추이, 통계청] 



 
셋째,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도 한몫했다. 2023년 1월 고용노동부는 「제4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65세 이상의 고령층이 오래 일할 수 있는 노동여건을 조성하거나, 재취업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들이 골자다. 특히, 노인일자리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한 내용인데, 2024년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에서 계획한 노인일자리가 103만개에 달하고, 이는 2023년보다 약 14.7만개 증가한 규모다. 취약계층 지원이나 공공시설 봉사와 같은 공익활동형이 있고, 지역사회 돌봄이나 안전관련 사회서비스형 등이 있다.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일하는’ 고령층 인구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고령층 취업자는 2014년 195.4만명에서 2020년 277.4만명, 2024년 5월 396.6만명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2021년 당시에도 고령층 취업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노인일자리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노인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사업이고,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한국이 절대적으로 추진해야 할 중요한 사업이다. 다만, 노인일자리가 늘어 총 취업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가리켜, 고용시장이 호조를 보인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노인일자리는 예산을 활용해 인위적으로 공급하는 일자리이고, 예산이 줄거나 정책의 방향이 바뀌면 자연적으로 사라질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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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취업자 규모와 비중 추이. 통계청] (65세 이상 취업자를 고령층취업자로 정의)
 

 
넷째, 통계상 실업자로 정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업자는 15세 이상 인구 중 (1)조사대상기간에 수입이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2)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였으며 (3)조사대상기간에 일이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말한다. 반대로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기는 매우 쉽다. 취업자는 조사대상기간(1주간) 중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을 한 사람을 말한다. 즉, 일주일에 2시간 봉사활동에 참여해 월 27만원의 수입이 발생하는 고령자도 취업자고, 1시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도 취업자다. 물론, 실업자 및 취업자 통계는 표준화된 국제기준에 맞기 때문에 정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질적으로는 떨어지고 있는데, 양적으로만 늘어나고 있는 노동시장의 모습을 가리켜 고용호조라고 평가해서는 안 됨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2025년 고용전망과 노동시장의 질적 향상 전략
2025년에도 지지부진한 경기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통계적으로’ 양호한 고용시장의 모습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63%의 고용률과 3% 미만의 실업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즉 ‘경기불황 속 고용호조’와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적으로만 개선된 노동시장을 놓고 안주하거나 호평해서는 안 된다. 고용의 양적 증가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을 위한 다음과 같은 정책적 고민이 집중되어야 할 때다.
 
첫째, 변화하는 경제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고용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통계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함인데,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지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체감할 수 있는 고용지표가 필요하다. 인구구조 변화, 고용 및 복지 정책 변화, 산업구조 변화, 노동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실업률 지표로 과거와 고용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달라진 환경하에서의 고용상황을 가장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보조지표와 질적 고용지표를 고안하고, 이를 통해 현실 고용상황의 문제점을 포착해야 한다. 현실문제를 포착하는 지표가 바로 설 때,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고용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둘째,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고용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인구구조의 3대 변화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로 요약될 수 있다. 늘어나는 고령자를 위한 노인일자리를 마련하는 정책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논평은 노인일자리 마련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일자리를 통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고용시장이 탄탄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고령화 외에도 저출산과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고용정책도 집중되어야 한다. 여성이 일과 가정을 병립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시간 선택제 일자리와 비대면 출근제의 활용 등과 같이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마련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성들에게 출산할 수 있는 환경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셋째, 고용정책의 방향성을 양적 증가가 아니라, 노동의 질적 개선에 두어야 한다.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가 되는데, 한시적으로도 예산을 들여 취업자를 양산할 수 있는데, 고용의 양적 증가가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예산으로 만든 일자리는 한시적일 수 있다. 예산을 투입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취업자가 생긴다. 예산을 줄이면 일자리가 줄고, 예산을 철회하면 취업자가 줄어든다. 정책적 일자리는 지속가능 하지 않다. 노인일자리도 보건복지부가 수행하는 복지정책이지, 고용정책이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경력이 되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임시·일용근로자가 아니라 상용근로자가 증가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선순환 일자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고용정책은 고용에 있지 않다. 투자에 있다. 고용은 투자의 함수다. 즉, 기업이 신사업을 진출하고, 생산 설비를 늘리는 등 투자를 단행할 때 신규 일자리가 양산되는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고용정책의 핵심이어야 한다. 투자에 기반한 양질의 일자리가 주를 이루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소득의 원천이 되고, 이는 다시 소비로 이어져 기업들은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것이다. 선순환으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성장하는 경제가 다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 선순환 일자리가 필요하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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