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 '인증샷 비즈니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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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4-07-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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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최태원·구광모·이해진, 빅테크 CEO들과 잇달아 '인증샷' 찍어

  • AI·반도체 파트너십 널리 알리는 게 목표...미래 사업·주가 긍정적 영향

사진최태원 SK그룹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최근 이재용·최태원·구광모·이해진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글로벌 빅테크 경영진과 만나 찍은 '인증샷'이 화제다. 총수들의 경영 행보를 비밀에 부쳤던 과거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인증샷이란 누군가를 만나거나 특정 장소에 방문한 것을 사진·동영상으로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총수들이 직접 생성 인공지능(AI) 산업의 최선두에 선 빅테크들과 파트너십 관계를 돈독히 하는 모습을 인증샷으로 보여줌으로써 미래 먹거리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주가상승에 필요한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 인텔 CEO 등과 회동한 사진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업로드했다. 

지난달 22일 SK계열사 주요 임직원과 함께 미국 출장길에 오른 최태원 회장은 그룹 총수 자격으로 SK그룹과 빅테크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행보를 하고 있음을 직접 알리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4월에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최태원 회장이 이렇게 빅테크 CEO들과 만난 사실을 직접 알리는 이유는 이들 빅테크가 SK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AI·반도체 사업의 최대 고객이자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클라우드 사업(CSP)을 전개하면서 대량의 SK하이닉스 D램·낸드 플래시를 사들였다. 지난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대호황)도 이들이 클라우드 사업 확장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면서 온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며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인 기업용 SSD(eSSD)를 대량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인텔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는 SK그룹·SK하이닉스와 '찰떡궁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12월 인텔과 협력해 초당 8Gb(기가비트) 이상의 속도를 내는 서버용(ECC) DDR5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1월에는 10나노급 4세대(1A) DDR D램과 인텔의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간 호환성 검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동맹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유명하다. SK하이닉스는 학습·추론용 AI칩에 필수인 고성능 HBM D램을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생성 AI 두뇌 역할을 하는 AI칩 시장을 점령하면서 1년 만에 시가총액이 3배 가까이 급상승하자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시총이 3배 이상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젠슨 황 CEO는 SK하이닉스의 HBM D램을 두고 "기적과 같은 기술"이라고 치켜세웠다.

SK텔레콤은 오픈AI와 협력해 통신 사업의 AI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텔코LLM(통신사업자용 초거대언어모델)'이다. AI로 이용자 간 대화를 요약·분석하고 네트워크 오류를 사전에 감지하는 등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에 오픈AI의 생성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SK그룹은 SK텔레콤의 AI 전환 사례를 전 그룹사에 적용할 수 있도록 효용성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인스타그램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인스타그램]
최태원 회장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총수) 등도 빅테크 CEO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AI·반도체 사업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인물은 단연 젠슨 황 CEO다. 네이버는 지난달 27일 자사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해진 GIO와 최수연 대표가 젠슨 황 CEO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해진 GIO는 대외 활동을 거의하지 않는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네이버웹툰 나스닥 상장에 맞춰 미국을 방문한 기간에 시간을 내 젠슨 황 CEO와 만난 것이다. 엔비디아와 협력이 네이버의 미래 AI 사업 전략에 얼마나 중요한지 엿볼 수 있다.

이날 만남에서 이해진 GIO와 젠슨 황 CEO는 네이버가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대항해 추진하는 '소버린(주권) AI' 전략에 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LLM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유럽·중동 등의 국가와 기업이 소버린 AI를 만들도록 AI 모델 사업을 전개할 때 엔비디아가 AI칩을 지원하는 형태다. AI칩 매출원을 빅테크 외에 다양한 기업·기관으로 확대하려는 엔비디아 입장에서 소버린 AI 대표주자인 네이버와 협력은 필수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팔로알토에 있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자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젠슨 황 CEO와 지난해 5월 만났다. 두 회장의 만남은 실리콘밸리의 한 일식집이 자사 SNS 계정에 두 사람과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HBM D램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지속해서 협력하며 HBM3E(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D램 관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출장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앤디 제시 아마존 CEO, 크리스타아노 아몬 퀄컴 CEO 등과 잇달아 회동했다. 세 회사 모두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고객이자 모바일 사업 파트너다. 특히 저커버그는 지난 2월 방한 기간 삼성전자가 영빈관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서 환대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재용 회장을 미국 팔로알토에 위치한 자택으로 초청해 반갑게 맞이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메타·아마존·퀄컴 등과 잇달아 회동한 이유를 삼성전자가 HBM 등 AI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강화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본다. 메타·아마존·퀄컴은 엔비디아에 대항해 AI칩을 자체 설계하고 있는 기업으로, 삼성전자의 HBM D램과 파운드리·첨단 패키징 등을 포함한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AI 솔루션'의 잠재적인 고객이다. AI 솔루션은 모바일칩 중심의 기존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을 AI칩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대만 TSMC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히려는 전략이다.

구광모 회장도 지난달 17일부터 나흘간 미국 테네시와 실리콘밸리를 찾아 북미 현지 사업 전략을 점검하면서 엔비디아에 대항할 AI칩을 만들고 있는 텐스토렌트의 짐 켈러 CEO를 만나 AI 산업 확산에 따른 향후 AI칩 사업 전망에 관해 논의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피규어 AI를 방문해 브렛 애드콕 CEO에게 로봇 시장 현황과 기술 트렌드에 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이 모든 행보를 사진으로 기록해 외부에 공개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 AIFigure AI를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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