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중앙동에 있는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111㎡는 지난달 20일 21억2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0년 11월에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20억원과 비교하면 1억2000억원이 치솟은 것이다. 과천 별양동 '과천자이' 전용 59㎡ 매물도 지난달 25일 15억4600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두 달 전인 지난 4월에 거래된 최고가(15억2000만원)보다 2500만원이 올랐다.
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집값과 전셋값 강세 현상이 이어지자 수도권으로 매수세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수록 서울을 떠나는 '탈(脫)서울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6월 경기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 기준 1만1355건을 기록하며 2021년 8월(1만3479건) 이후 3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고기한이 보름 이상 남아 있는 것을 감안하면 수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 매매가격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7월 둘째주 경기 아파트값 상승률은 0.6%로 전주(0.5%)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인천 역시 마찬가지 상승을 기록했다. 경기권에서는 과천시(0.49%), 성남시 분당구(0.31%) 등의 상승세가 뚜렷했고 인천의 경우 중구(0.13%)와 남동구(0.12%)가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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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른 것은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서울과 인접한 지역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서울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동반으로 상승하면서 경기, 인천으로 매수 수요가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 아파트값도 오르고 있는데, 서울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남 분당구 등 재건축이 추진 중인 1기 신도시도 들썩이고 있다. 분당 서현동 '시범현대' 전용 129㎡는 지난달 27일 18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2022년 3월에 기록한 최고가(18억1000만원)을 웃돌았다. 수내동 '양지마을 한양5단지'의 전용 134㎡는 지난 1월 18억원에 팔렸는데, 지난달에는 20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5개월 새 2억원 넘게 상승한 것이다.
정자역 인근에서 운영 중인 공인중개소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분당 서현동, 정자동 등 일대 아파트값이 오르며 급매물 위주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최근 집주인들 가운데 호가를 올려 매물을 내놓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서울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탈서울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향후에도 서울 집값이 높아지고 전세가격 불안이 이어진다면 수도권 외곽으로 매수세가 옮겨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고 '패닉바잉'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 상황인 만큼 매수 수요가 서울 외곽으로 더 퍼져나갈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 1~5월 수도권 내 생애 첫 부동산(집합건물 기준)을 구입한 8만8780건 중 경기도 내 거래는 5만5893건(전체의 6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6011건)과 비교해 2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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