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임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실시된 민주당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에서 연일 90%라는 압도적 득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이 전 대표가 지난 2년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당을 잘 이끌어 4월 총선 압승이라는 성적표를 제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얼마 전 전당대회를 마친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지도부가 출범했다. 일종의 컨벤션 효과로 여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등 신임 지도부에 대한 국민 기대가 큰 상황이지만 여전히 불안한 점도 많다.
2020년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주도로 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이름을 변경한 후 정상적으로 당 대표 임기 2년을 채운 인물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대표가 2년 동안 임기를 소화할 때, 국민의힘 당대표는 무려 8번이나 바뀌었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활동한 것은 2022년 8월 28일부터 올해 6월 24일까지다. 오는 8월 말까지 2년 임기를 전부 채울 수 있었지만, 당대표 연임을 위해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2022년 8월 주호영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부터 얼마 전 한동훈 지도부 탄생으로 물러난 황우여 비대위원장 체제까지 수 없는 곡절을 겪었다.
與, '당대표 잔혹사' 시작은 이준석
'당대표 잔혹사' 시작은 20대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이준석(현 개혁신당 의원) 국민의힘 초대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6개월간 직무정지 처분을 받으면서다. 한 유튜브 채널은 이 대표가 과거 벤처기업가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당 윤리위는 이 대표가 성접대 무마를 위한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있고,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2022년 7월 8일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해당 의혹들에 대해 경찰은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공소권 없음, 증거불충분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징계를 주도한 핵심에는 '친윤(친윤석열) 그룹'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가 2022년 7월 26일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 내용이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이준석)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문자를 보냈다. 권 원내대표는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대표가 강제로 물러난 뒤,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권 직무대행 체제는 한달 남짓 이어졌다. 2022년 8월 9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에서 당대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이 통과되며, 그가 바로 TK(대구·경북) 중진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호영 체제도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이준석 전 대표가 주호영 체제에 반발, 서울남부지법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다. 2022년 8월 26일,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면서 주호영 체제가 붕괴되고 권 원내대표가 다시 직무 대행을 맡게 된다.
그리고 2022년 9월 7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정진석(현 대통령실 비서실장)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뽑히고, 다음 날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비대위원장에 오른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정진석 비대위에 재차 반발해 또다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2대 당대표 김기현…'연판장 사태' 등 논란 많아
김기현 체제 구성 과정에선 노골적인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유력 당권주자로 꼽혔던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이 출마를 포기했다.
특히 나 의원을 몰아낼 때 발생한 것이 바로 '연판장 사태'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나 의원을 겨냥한 비판 메시지가 나온 후, 초선 의원 60명 중 48명이 나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한 것이다.
윤심이 만든 김 대표 체제는 윤심에 의해 무너졌다. 2023년 10월 11일, 하반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선거는 2023년 5월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사건 대법원 유죄 판결로 김태우 구청장이 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졌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초고속 특별사면'과 '복권'으로 김 전 구청장은 본인의 귀책사유로 열린 보궐선거에 재출마하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구청장이 후보로 나서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노골적인 윤심에 국민의힘은 김 전 구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는 진교훈 민주당 후보에게 17.15%의 격차로 대패했다.
선거 패배 책임론은 용산이 아닌 김기현 지도부로 향했다. 김 대표 사퇴론이 거세게 일었고, 김 대표는 당대표 취임 9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김 대표 사퇴 후 윤재옥 당시 원내대표가 일시적으로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았고, 이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해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尹·韓 갈등' 벌어져
한동훈 비대위는 2023년 12월 26일 출범했다. 그러나 출범 1달 만에 좌초 위기에 몰렸다. 한동훈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프랑스 대혁명 때 단두대에 오른 '마리 앙트와네트'에 비유한 김경율 회계사를 비상대책위원에 임명하고 총선 공천을 시도하면서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 사퇴를 종용했고, 그 과정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파열음은 더 높아졌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공멸 위기감이 커지자 결국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1월 23일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갈등을 일시 봉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08석 확보에 그치며 참패하면서 한 비대위원장은 총선 이튿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다시 직무대행을 맡았고 '어당팔(어수룩해 보이지만 당수가 팔단)' 황우여 전 교육부장관 겸 부총리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계파를 초월해 당 내 여러 인사들과 소통했고, 총선 참패로 가라앉은 당의 분위기도 환기시켰다. 전당대회 룰도 당원 100%에서 당원 80%, 일반 국민 20%로 개정하며 개혁을 시도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단일대오'
반면 이 기간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 단일대오로 똘똘 뭉쳤다. 윤석열 정권에 대항했고, 이 대표가 막강한 지지를 받으며 거대 야당으로 강한 역할을 했다.
그는 2023년 8월 31일,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능한 폭력 정권에 맞서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단식 투쟁을 벌였고, 전면적인 국정 쇄신을 요구했다. 이어 그해 10월 열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재선 의원이 됐다. 민주당 역시 4월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 친명횡재(비이재명계는 공천 탈락하고, 친이재명계는 공천 횡재한다)' 잡음이 있었지만, 비례의원을 합쳐 175석을 획득해 크게 이기는 등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결국 핵심은 '당대표 리더십'이다. 민주당은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반면, 국민의힘은 당대표가 있어도 '상왕(上王)'이라 할 수 있는 윤 대통령의 의중에 지속적으로 흔들렸다. 당정이 수평적 동반자 관계가 아닌 수직적 상하 관계가 되면서 당의 중심이 흔들린 게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7·23 전당대회로 새 출범한 한동훈 대표 체제 역시 수직적 당정 관계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흔들리는 소수 여당이 다시 한 번 '이재명 단일대오'로 뭉칠 거대 야당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집권여당 방파제가 무너진다면 그 거센 파도는 바로 대통령실을, 지지도 20~30%에 불과한 대통령을 덮칠 것이다. 야당에서 '윤석열 탄핵'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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