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업체들이 상반기 줄줄이 호실적을 기록했다. 로봇청소기를 비롯한 중국산 가전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면서 내수 부진으로 인한 중국 국내 매출 둔화를 상쇄하고 있다.
21일 중국 데이터 제공 업체 윈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현재까지 중국 가전업체 24곳이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 중 13곳의 순이익이 성장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가전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된 게 실적 성장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업체별로 보면, 이 기간 메이디(美的) 매출은 2181억 위안(약 40조81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순이익도 14% 늘어난 208억 위안을 기록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해외 사업 매출은 910억76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이상 증가했다.
중국 주요 가전업체 TCL 역시 해외에서 순항 중이다. 상반기 TCL의 해외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 MTC의 경우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이 56%에 달한다.
아직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좋다. 청소기 전문업체 로보락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0억~12억 위안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35~6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로보락 측은 “해외 시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해외 매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이 수출한 가전제품은 21억4024만대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 가전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거두고 있는 성과는 단기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최근 내수 부진으로 인한 매출 둔화로 중국 가전업체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사활을 걸고 있긴 하지만, 중국 1세대 가전업체들은 이미 1990년대부터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하이센스와 하이얼, 메이디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센스는 1996년 아프리카에 생산 공장을 건설했고, 하이얼은 1999년 미국에 생산 단지를 구축했었다. 메이디는 2007년 베트남에 자사 첫 해외 공장을 세운 바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 가전업체들이 해외 시장 진출 초기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위주로 시장을 넓혀갔다면, 이제는 자체 브랜드 파워와 제품력으로 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청소기 시장만 봐도 로보락, 에코백스 등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더 이상 ‘가성비’를 경쟁력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메이 컨설팅의 장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가전 산업은 공급망 구축,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이뤘고 점차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했다”면서 “향후 해외 진출은 중국 가전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는 중동 등 신흥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메이디는 작년 7월 7억 위안을 투자해 브라질에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생산 공장 건설에 들어갔고, 비슷한 시기 TCL은 두바이에서 신제품 출시행사를 열고 중동, 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한 제품 라인업을 공개했다. 하이얼은 이달 태국 에어컨 산업단지 가동에 들어가며 하이센스는 최근 이집트에 TV 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중국 경제 정보 제공 플랫폼 란징차이징은 “현재 중국 가전업체의 해외 진출 목적지는 동남아·유럽·북미에서 중동과 아프리카까지 확장되고 있다”면서 “향후 신흥 시장 공략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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