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엔비디아’를 꿈꿨던 중국 반도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 샹디셴(象帝先)이 중국 경기 불황 속 투자를 받지 못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8월 30일에는 결국 회사는 해산되고 직원들은 해고됐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오며 회사 측은 해명에 나섰다.
1일 중국 상하이증권보 등 현지 언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반도체 유니콘 샹디셴(象帝先)이 지난달 30일 오후 전체회의를 통해 해산 방침을 발표하고 400여명의 직원에 대한 고용계약도 해지했다고 보도했다.
샹디셴이 이전 펀딩 라운드에서 투자자와 합의한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결국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은행 계좌는 동결됐다. 이로 인해 직원 임금이 체불되는 등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9월 충칭에서 시작한 샹디셴은 중국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다. 창업주 탕즈민(唐志敏)은 과거 중국 대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룽신중커와 하이광신시 등에서 경력을 쌓은 반도체 전문가다. 현재 중국과학원 컴퓨터기술연구소 주임연구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샹디셴은 충칭뿐만 아니라 베이징·상하이·청두·쑤저우 등지에 연구개발(R&D) 기지도 운영해왔다. GPU/CPU 등 반도체 칩 분야에서 취득한 중국 국가발명 특허만 100개가 넘는다.
샹디셴은 창립 초기에 이미 25억 위안 투자를 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2022년엔 독자 기술로 설계한 12나노 인공지능(AI)용 GPU '톈쥔1', '톈쥔2'를 잇달아 개발하며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기도 했다. 샹디셴은 "국제적으로 선진 수준에 도달하면서 국내 시장과의 격차를 효과적으로 메울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샹디셴 기업가치는 150억 위안(약 2조8000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기술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가 경기 불황 속 좀처럼 추가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기업가치를 최근엔 80억 위안까지 낮췄지만 여전히 신규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며 재정난에 허덕여왔다.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샹디셴은 결국 회사 계좌가 동결되고 직원 임금 지급이 두 달 이상 밀리고, 정리 해고가 이뤄지는 등 잡음이 터져 나오다가 결국 해산됐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았다.
이에 대해 샹디셴 측은 2일 공지를 발표해 회사 해산설은 허위 루머라고 반박했다. 샹디셴 측은 회사가 시장 조정 압력에 맞닥뜨렸지만 해산 청산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며, 조직·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효율성을 높이고, GPU 분야의 경쟁력과 혁신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핵심 R&D 팀을 계속 유지 강화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잠재 투자자와 적극 소통하며 외부 투자금 조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 기술 자립을 외치는 중국이 천문학적 투자를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이면에는 중국 내 반도체 회사 투자 리스크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엔 또 다른 중국 반도체 회사 베이징 쭤장과기(左江科技)도 중국 증권당국으로부터 금융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앞서 7월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2019년 설립된 상하이 소재 반도체 스타트업 우성(梧升)도 파산을 선언하고는 지난 6월 청산 처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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