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2025년 경제…'항복점(Yielding Point)'의 세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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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24-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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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항복점(Yielding Point)’

나뭇가지는 힘을 받으면 구부러지는데 힘을 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런데 특정 수준 이상의 힘을 가하면 나뭇가지는 부러진다. 그런 특정 수준 이상의 힘이 가해지는 지점을 항복점(Yielding Point)이라고 한다.
 
세계 경제에 특정 수준 이상의 힘이 가해졌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충격과 극단적 완화적 통화정책이 경제에 가해졌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았다. 2024년 상반기까지 세계 주요국들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강도 높은 고금리를 도입했고, 세계 경제는 고금리의 강한 하방 압력을 받게 되었다.
 
경제에 변형이 생겼다. 필자가 발간한 <피벗의 시대 2025년 경제전망>에서 2025년 경제를 항복점(Yielding Point)이라고 명명한 이유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복귀하지 못하고, 변형된 형태의 경제하에 놓였다. 세계 경제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못하고 저성장 체제에 놓였다. 물가 상승률은 점차 2%대로 내려가지만 여전히 물가 그 자체는 높게 오른 채 더 오르기만 한다. 고금리에서 점차 계단을 내려가는 피벗의 시대이긴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운용된다.
 
2025년 한국 경제에 변수로 작용할 하방 압력은 지정학적 리스크다. 지정학적 불안과 긴장감은 한국의 대외거래에도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심리와 가계의 소비심리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불안의 정도에 따라 경제 여건이 달라질 것이고,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중 패권전쟁이 격해질 수도 있다.
 
2025년 한국 경제 전망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겠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고조될 것인지,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완화 혹은 해소될 것인지에 따라 다른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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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시나리오1은 가장 낙관적인 전제를 담은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대외 변수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때 2.4% 수준의 의미 있는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2024년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 종식되고, 미·중 패권전쟁도 다소 완화되는 양상으로 가정한다. 미·중 패권전쟁의 소재는 매우 장기적인 경제적 변수이겠지만 그 정도가 격화되거나 다소 완화되는 국면이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피벗의 시대, 세계 각국은 점차 정책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상당한 수준의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 글로벌 교역량이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한국은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 경기도 어느 정도의 회복세를 진전시키면서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의 회복 국면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2.4% 경제성장률은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숫자적 의미’를 찾기는 힘들지만 2025년 2.4% 성장률은 2020년 팬데믹 이후 큰 의미가 있는 수준의 회복이라고 평가한다.
 
둘째, 중립적인 전제를 담은 시나리오2를 가정했을 때 한국 경제는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의 고리에 던져져 있는 듯하다. 고조된 2024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격화하지도 완화하지도 않은 채 2025년까지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다. 세계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경기 부양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지정학적 불안이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제약하고, 뚜렷한 경기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요국들은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높아진 무역장벽에 막혀 한국 수출도 견조한 흐름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한국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경기 회복세가 나타났겠지만 2025년에는 내수와 외수 동반 부진의 모습이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셋째, 시나리오3은 가장 비관적 상황을 가정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고조된다면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6%로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이 2025년 더 확전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가정했다. 더욱이 트럼프가 당선되어 공약으로 내걸었던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와 10%의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한다면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빠르게 흘러가게 될 것이다. 글로벌 교역 환경은 악화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더욱 취약하게 흔들릴 수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게 되고 내수와 외수 경제가 동반 침체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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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항복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어제의 숙제와 오늘의 숙제는 다르다. 어제의 공식과 오늘의 공식은 달라져야 한다. 2020~2024년 세계 경제에 우당탕탕한 일들이 가득했고, 그 결과 2025년은 2020년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전혀 다른 경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적당한 힘을 준 후 힘을 빼면 막대기가 구부러졌다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힘을 주면 부러져서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
 
2022~2024년 긴축의 시대에서 2025년 피벗의 시대로 변화한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강도 높은 고금리 시대에서 적정금리를 향해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한편 세계 경제는 2020년 이전 수준의 중성장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저성장으로 고착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는 파편화된 경제 체제로 바뀌고, 자유무역의 세계 교역체제는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2024년까지 대응 전략과 2025년의 그것은 달라져야만 한다.
 
정부는 가계와 기업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그 성과를 온전히 맛볼 수 있도록 안전한 경제환경을 조성하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피벗의 시대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외환 건전성을 확보하고, 금융 불안을 해소함으로써 가계와 기업이 흔들림 없이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고리에 갇힌다고 한국 경제가 함께해서는 안 된다. 한국 경제가 함께해야 하는 것은 끊임없이 뻗어 나가는 신흥국들과의 경제 교류다. 2023~2024년 견조했던 미국 경제가 2025년 성장 둔화를 겪을 것이고, 중국은 구조적으로 고성장을 멈춘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과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의 수출구조는 그대로 유지되어도 될까? 한국의 수출구조에 의문을 제기해야 할 때다. 부상하는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수출구조를 개편해 나가야 한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에 진입한다고 해도 모든 산업이 저무는 것이 아니다. 지는 산업이 있고, 뜨는 산업이 있다. 사라지는 산업이 있고, 생겨나는 산업이 있다. 사양산업에서 유망산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OECD는 “ICT 산업 성장세가 전체 경제 성장세를 능가한다(ICT sector growth outpaces the total economy)”라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ICT 산업을 대표할 AI와 반도체 등 산업을 중심으로 R&D 투자를 집중하고, 핵심 인재를 양성하며,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유도하고, 그것을 통해 선순환하는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통화정책 당국인 한국은행은 스스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 독립성이라는 중앙은행의 고유한 권한과 의무에 집중해야 한다. 정치와 권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물가 안정-경기 안정-금융 안정이라는 3대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최적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단행해야 한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외환 건전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마련해야만 한다.
 
재정정책 당국인 정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경제정책 기조를 걸맞게 반영해야 한다. 피벗의 시대에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부작용들이 나타날 수 있다.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급격한 조정을 받는다거나, 외환시장에서 환율 변동성이 커진다거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 가계부채가 과도한 속도로 누증되거나, 연체율이 심각하게 올라간다거나 하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사전에 혹은 빨리 진화하는 것이 재정정책 및 금융정책에 있어 매우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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