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막아낸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을 공습하며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공격도 강화하며 중동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주요 7개국(G7)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베이루트를 겨냥해 정밀한 공습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이번 베이루트 도심 공격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내 지상 작전에서 621 특수정찰부대 소속 장병 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후 전사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 마룬알라스 마을에 침투한 이스라엘군과 전투가 벌어졌다며 “마을을 향해 접근하던 이스라엘군 메르카바 탱크 3대를 로켓으로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사자 발생이 이스라엘에게 있어 2006년 레바논 침공 때의 악몽을 되살릴 수 있다고 짚었다. 당시 국경을 넘은 첫 번째 전차가 공격을 받아 4명이 전사했고 이후 34일간 전면전이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고전 끝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레바논에서 철수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상당한 피해를 봤고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군사·정치적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한 공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NN은 이날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의 학교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학교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하는 시설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예전에 학교로 쓰이던 건물에 센터를 설치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을 계획·실행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주변의 이란 대리 세력 등을 상대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수십년간 직접 충돌을 피했던 중동의 앙숙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 이란을 상대로 공격자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이어온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강력하고 공개적인 직접 타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 내 핵시설 타격이나 고위 관리 암살을 수면 아래서 진행해 온 반면 이란은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대리 세력을 동원해 이스라엘과 대치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의 최대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를 공개적으로 타격했고, 이란도 지난 4월에 이어 이달 1일 180여발의 미사일을 이스라엘에 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논의하고 새로운 제재를 포함한 대응을 공조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통화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이스라엘이 전날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 7개국 모두 이스라엘이 대응할 권리가 있지만 (이란의 공격에) 비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제재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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