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용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 한도를 줄이는 규제에 나섰다가 사흘 만에 입장을 선회했다. 게다가 규제 철회 입장을 밝히고 나서도 또다시 전면 유예 및 철회는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하면서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20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 시중은행에 공문을 발송해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조치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에게 최대 5억원 이하의 주택을 대상으로 2억5000만원, 신혼부부나 2자녀 이상 가구는 4억원까지 저금리로 빌려주는 서민용 정책 대출 상품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최근 금융위원회 회의 이후 HUG와 금융권에 디딤돌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이른바 '방 공제'로 불리는 소액 임차 보증금 공제를 필수 적용할 것을 요청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정된 예산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정부 해명에도 대출 규제 조치가 시행되자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디딤돌 대출 규제 철회 요구가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지난 18일 디딤돌 대출 한도 규제 조치를 잠정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디딤돌 대출 한도 규제 조치는 14일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21일부터 시중은행 전체에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정부 입장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바뀌었다. 정부는 같은 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디딤돌 대출 축소 조치 중단, 전면 유예 및 철회는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정책 대출에 대한 한도를 기습적으로 줄였다가 반발이 일자 제도 시행을 잠정 유예했다가, 혼선이 생기자 전면 유예 조치는 사실이 아니라며 입장을 거듭 번복한 셈이다. 게다가 "조속한 시일 내에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실수요자들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보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정책 재시행 가능성을 시사해 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처럼 정책을 발표한 뒤 논란이 생기면 발표를 취소하거나 미루는 과정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디딤돌 대출 규제를 포함해 일곱 차례나 되풀이됐다.
취임 첫해엔 1기 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이 '8·16 대책'에 빠지면서 '공약 파기' 논란이 일었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시행을 두고도 정부가 혼선을 보였다. 이외에도 정부가 번복하거나 유예한 정책은 △용산공원 시범개방 △청년주거지원 정책 연기 △서울 양평 고속도로 △공시가격 ‘층·향별 등급’ 전면공개 등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