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의 스페셜 칼럼] 기술 강국 '레드 차이나' …. 제대로된 시장 경제 안착 통큰 결단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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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명예교수(국제통상학)
입력 2024-10-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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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환기 중국 제대로 읽기] ⑧

이학노 동국대 명예교수국제통상학
[이학노 동국대 명예교수(국제통상학)]

[대전환기 중국 제대로 읽기] ⑧

지난 5월 퓨 리서치센터(PRC 2024.5)에 따르면 미국인의 80%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중국 억제를 가장 시급한 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2022년의 동일 기관 조사에서 한국인의 중국 비(非)호감도가 82%로 조사대상국 19개국 중에서 일본(87%) 등에 이어 5번째로 높은 나라로 랭크되었다. 우리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사드, 한한령(限韓令), 코로나, 한·중 무역·투자 관계의 여러 사례, 역사인식의 차이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우리 국민 중 절반 이상은 비호감인 중국과 경제협력은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과 경제협력 필요성은 우리의 중국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인식을 공존시키고 있고 중국의 경제 문제에 대한 해석과 기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어떤가?”하는 질문은 중립적이라기보다는 중국 경제가 안 좋았으면 하는 기대가 담겨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중국은 가장 큰 우리의 무역 및 투자 협력국가로서 중국 경제가 안 좋은 것은 우리에게 득보다 실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이 극심했던 2020년에 성장률 2.2%로 바닥을 친 후에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3·4분기까지 4.8%를 기록한 금년도에는 연간으로 5%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의 부진과 달리 미국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결과 중국 경제 규모는 미국의 60%대로 감소함으로써 2028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했던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경제에는 몇 가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이다. 그간 과잉투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해외수요가 둔화하면서 중국 내수의 부진까지 겹친 탓에 초과공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지난 1년 반 동안 연속으로 분기별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둘째는 부동산 경기 침체 문제이다. 중국 경제의 고질병 중의 하나인 은행 부실채권 문제가 부동산 침체와 맞물려 심각한 상태이다. 위기설이 돌았던 중국 제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가 결국 금년 1월에 부도를 내고 말았다. 세계 부실 채권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중국 부동산 부실 채권의 규모가 크고 중국인들의 부동산에 대한 믿음이 하락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안정을 위한 여러 대책이 효과를 볼지는 알 수 없다. 셋째, 중국 정부가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과잉투자 등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넷째,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포위 작전은 쉽게 중단될 기미가 없다. 중국이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밀어내기 수출로나마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다른 나라들이 쉽사리 수입 빗장을 열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은 소련의 붕괴 후에 남아 있던 공산대국인 중국을 시장경제에 편입시키면 걱정거리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을 WTO에 가입시키고 무역과 투자 증진을 통한 세계 경제와의 통합을 가속화하면 중국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체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서방 진영은 이제 중국의 적대적 전체주의 체제가 선진 자유 진영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대중국 무역적자 등에 연유한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분노는 매우 깊다. 얼마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나 해리스 후보 중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방법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압박 기조는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를 중국과 아예 단절(디커플링)하려고 들 것이고 해리스는 바이든 정책을 계승하여 과녁에 집중하는 디리스킹(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대만 문제까지를 포함해서 무역과 기술 통제로 요약된다. 대만 문제가 터지기도 쉽지 않지만 터지더라도 미·중 간 전면적 군사력 대결로 비화되기보다는 결국은 무역통제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트럼프 후보도 중국의 대만 봉쇄 시 중국에 대해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의 중국산 제품 60% 관세 공언은 영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를 예전으로 되돌려 미·중 간 무역수지를 균형으로 만들 수 있는 관세 수준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에 대한 첨단IT 분야의 기술이전 차단, 반도체·전기차·태양광 등 녹색산업과 인공지능·양자컴퓨팅 등의 역량 억제로 압축된다. 컨설팅 회사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과의 PNTR을 종료해서 대중국 평균 관세율이 60%에 이르면 2028년 중국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미국 시장의 점유율이 현재 20% 수준에서 3%로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한다.
 
중국은 국제적인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서 장기적 공성전을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당선 시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압박 등으로 미국 주도의 국제 안보체제가 균열되기를 기대하는 한편 미국의 압박에 반발해서 중국인들이 분발하고 결집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중국은 돈, 장비, 사람 등 과학 및 산업발전의 핵심 역량 축적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에서도 화웨이 등을 중심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고, 식물공학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은 값싼 에너지를 강력한 산업 기반과 결합하여 혁신적 소재의 대량생산 여력도 키우고 있고 6G와 양자 컴퓨팅 등 여러 분야에서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은 대학과 공공 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해외 유학파 중국인들의 귀국을 장려하고 있다. 기초연구보다는 응용연구에 치중한다든지 논문의 양은 늘어났지만 질이 떨어진다든지 하는 지적들이 있지만 중국이 쏟아 붓는 노력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학 및 산업기술의 발전 못지않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 중국 정부가 쥐고 있는 경제에 대한 그립을 푸는 일대 결단을 해야 한다. 중국의 발전은 1978년 개혁개방 결정에서 출발하였다. 농업생산체제 개혁과 연안 거점 중심의 경제개발이 시작점이었다. 1978년 개혁개방을 제1의 결단이었다고 한다면 제대로 된 시장 경제의 정착은 제2의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부동산 등 경제 문제의 해결방안도 이러한 제2의 결단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
 
둘째, 경제 관련 데이터와 정보를 개방함으로써 기업, 소비자, 외국 거래자 등 여러 경제 주체가 실상에 접근하고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유쾌하지 않은 정보라도 정부는 허용하여야 한다. 다양한 데이터와 정보가 유통, 체크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부정확한 정보는 도태되고 정확한 정보들이 살아남아 생명을 유지할 수 있고 올바른 정책과 처방이 나올 수 있고 경제주체들의 올바른 행동도 나올 수 있다. 중국의 실업률, 주식시장, 국제수지 및 경제성장 등 제반 데이터들에 대한 정확성이 제고되어야만 학계의 연구도 활성화되고 대안도 모색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에서도 나타나듯이 중국의 문제에 대한 비판이 허용되어야 사회의 자생 능력이 제고될 수 있다. 경제가 잘나갈 때는 데이터나 정보는 별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경제가 안 좋을 때일수록 정확한 데이터와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내부보고서(내참, 內參)는 고위공무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데이터나 정보를 보고하고 안 좋은 것은 제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내참에 근거한 정책은 시장의 문제를 정확히 짚고 대책을 만들기 어렵다. 중국처럼 큰 경제는 정부가 세밀하게 조정하고 통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 시그널을 살림으로써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더욱 포용적이고 국제적인 협력의 스탠스를 넓혀 나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서 동남아와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의 이익이 과도하게 확보되고 있는 반면 참여국들의 채무 문제 등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41년 대서양헌장에서처럼 명문화된 태평양 지역에서의 평화유지(no aggrandizement) 선언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이 선도적으로 베풀고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대한 중국 경제는 더 이상 정부가 통제해서 끌고 갈 수 없다. 데이터 개방 등을 통한 시장경제 강화가 대안이 되어야 한다. 중국은 더 많은 나라를 포용하고 호혜적인 협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이 과학과 산업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요즘의 모습보다 더 통 크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더 바라고 있다. 우리의 경제 협력 파트너인 중국이 잘 되기를 바란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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