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8년째 캔톤페어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해외 각국 바이어들이 한곳에 모이는 만큼 우리 제품을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 중국 최대 무역전시회인 중국 수출입상품교역전(廣交會, 캔톤페어)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한국 청소용품업체 플라텍 박찬문 부사장은 아직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캔톤페어는 매년 참여하고 있다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플라텍은 캔톤페어 2기 한국관에 부스를 차린 한국 기업 15곳 중 하나다. 플라텍 이외에도 가정생활용품, 욕실설비, 건자재 분야 등의 한국 기업들이 참가했다. 대다수 기업들은 중국이 주요 수출국이 아닌데도 글로벌 수출 활로를 뚫기 위해 캔톤페어를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경제대국 중국의 대외 무역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서 만난 친환경 건자재 기업 우주웰보드 이장희 이사는 "제품 단가가 비싼 편이라 일본이나 유럽 등 구매력이 높은 나라를 집중 공략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박찬문 부사장도 “중국 업체들은 가격이 싼 카피캣 제품을 금방 내놓기 때문에 중국으로 수출하기 보단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서비스박람회, 상하이 수입박람회와 함께 중국 3대 전시회로 꼽히는 캔톤페어는 '대외무역 바로미터'로 불리는 곳이다. 매회 전 세계 각국의 2만명 이상 바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출 계약을 따내며 거래를 성사시키는 장이다.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열리는 캔톤페어는 올해 가을 전시회로 136회째를 맞이했다. 지난 15일 개막한 이번 전시회는 11월 4일까지 약 20일간 세 차례로 나뉘어 열린다.
1기는 가전·전자제품·자동차 등 첨단기술 분야, 2기는 가정용품·인테리어 및 장식품·건축자재 및 가구, 3기는 패션·건강레저·유아용품 및 완구 등이 전시된다. 기자가 방문한 23일은 ‘고품질 가정’을 주제로 열리는 2기 개막 첫날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전시장 주변은 인파가 몰리면서 교통 체증이 빚어졌을 정도로 캔톤페어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캔톤페어 기간만 되면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으로 광저우 국제공항은 붐비고, 시내 숙박업소나 레스토랑은 ‘만석’이라고 한다.
코트라 관계자는 “특히 상반기 춘계 행사 때보다 이번에 인파가 훨씬 더 북적거리는 모습”이라며 ”코로나 봉쇄가 완전히 풀리면서 해외 바이어들이 더 많이 참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및 전 세계 바이어를 대상으로 홍보 및 상담을 통해 기존 바이어 네트워킹을 재개하고 유력 바이어를 새로 발굴해 거래 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최근 미·중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대중국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등 대외 무역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수출 활로를 뚫기 위한 중국 기업들의 참여도도 더 높아진 모습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캔톤페어 참가 기업 수만 모두 3만 곳이 넘는다. 앞서 춘계 행사(2만8600곳) 때보다 훨씬 늘었다.
특히 올해 전시장에선 미국·유럽보다 중동·동남아·러시아·남미·아프리카 등 제3세계 지역의 바이어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중국 기업의 주요 교역 대상이 기존의 미국·유럽에서 중동·러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지역으로 넓어지는 등 신흥국을 적극 개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19일 막 내린 1기 통계만 봐도 그렇다. 주최 측에 따르면 1기에 참가한 해외 바이어만 13만명, 이 중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연선 국가에서 온 바이어가 9만명 이상으로 약 70%를 차지했다. 중동 바이어도 지난해보다 44% 이상 증가한 2만명에 달해, 유럽과 미국 바이어를 합친 2만4000명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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