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 업계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서 기업 간 거래(B2B)로 전환 중입니다. B2B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접목한 혁신 기능과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난 23일 경기 판교 HP프린팅코리아 R&D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광석 HP프린팅코리아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AI+B2B' 전략으로 프린터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B2C→B2B, 고도화된 AI 도입해 비용 절감 목표
HP프린팅코리아는 기존 B2C 중심에서 B2B로 사업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 재편성 과정에서 고지를 선점해 기존 B2C 리더십을 B2B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 보편화에 따른 B2C 프린터 시장 규모 축소도 이유 중 하나다. 김 대표는 "프린터 시장의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글로벌 프린터 시장 규모는 여전히 거대하다"며 "캐논 같은 경쟁 업체도 AI 도입에 적극적인 만큼 앞선 기술력으로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B2B 프린터 시장은 캐논과 리코, 제록스 등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HP가 이들을 쫓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업체들이 B2B 시장에서 활동 중이나 기술력과 인프라 등 높은 진입 장벽 탓에 주요 업체를 제외하고는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김 대표는 분석했다.
B2B 시장에서 HP는 빅데이터와 AI 기술력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현재 '스마트 디바이스 서비스'와 같은 기기 관리 서비스를 프리미엄과 베이직 단계로 운영 중"이라며 "여기에 병원과 약국처럼 프린트가 필수적인 환경에서는 효율성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프리딕티브 메인터넌스(Predictive Maintenance)'와 같은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유지보수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P프린팅코리아 주력 B2B 제품인 'A3프린터(기업용)'에 머신러닝(ML) 기반 AI를 도입해 고장이나 소모품 재고 부족을 사전에 파악해 교체 작업을 효율화하고 인건비와 유지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일반 사업자 기준 장비 구입비가 30%고 소모품비가 30%, 서비스 비용이 40%다. 우리는 서비스 비용에서 20%를 줄이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입 시기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신제품은 가능한 한 빠른 출시를 목표로 주기상 내년에서 내후년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미 전체 기술과 제작에 대한 수직 계열화가 완성된 만큼 최신 트렌드에 최적화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기존 A3제품은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탑재 등 하드웨어(HW) 성능이 충분한 덕분에 큰 비용 투자 없이 손쉽게 AI 소프트웨어(SW)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며 높은 비용 절감성을 강조했다.
프린트용 생성형 AI로 문서혁신
HP는 지난 9월 미국에서 'HP 이매진 2024'를 열고 프린터에도 생성형 AI를 결합한 'HP 프린트 AI'를 시연했다. 인쇄물 출력 전 AI가 그래프나 차트를 알맞게 조정해주는 서비스다. 특히 프린트 AI 챗봇에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AI가 인쇄물의 레이아웃(틀)을 바꿔준다. 베타 서비스가 진행 중이며 내년까지 업데이트를 통해 도입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자동으로 불필요한 빈 공간을 제거하고, 엑셀 표나 웹 페이지가 정확하게 종이 한 장에 맞게끔 재조정 해준다"며 "여기에 인쇄 시 농도 조절 같은 것도 자동으로 측정·조정해 잉크나 토너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술이 모든 산업군에서 사용자의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을 증대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도입으로 문서 일부가 임의로 편집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 대표는 "HP는 고도화된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인쇄물의 데이터를 절대 임의로 수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컨설팅펌 등 문서 출력이 많은 업계에서는 AI 도입 시 장표 출력에 데이터 오류나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HP의 보안 성능은 업계 최고 수준이며, 이는 프린터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판교 R&D센터, HP의 주요 거점···AI 전문가 육성
김 대표는 판교 R&D센터 역할과 HP프린팅코리아 R&D 인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HP프린팅코리아는 판교 R&D센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HP 연구소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기업용 프린터와 AI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AI 전문 연구인력은 HP프린팅코리아 전체 인력 중 약 5%로, 이들은 각종 알고리즘 개선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AI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 기계 및 소재 관련 엔지니어들을 AI 전문가로 전환해 데이터 분석과 도메인 지식을 강화하는데 2~3년 걸렸다"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으나 외부 인력 초빙이 아닌 내부 인력을 육성한 덕분에 전문성과 부서 간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영어에도 능통해 글로벌 HP 지사들과 매주 소통하며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판교 R&D센터 지향점으로 생태계 구축을 언급했다. 그는 "판교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라며 "판교의 인프라와 정부 지원사업 등을 활용해 국내 부품 업체들과 협력하고 생태계 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른 국가 HP R&D센터에서 해낼 수 없는 것들을 추진하려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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