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이사회가 조병규 우리은행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좀 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조 행장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만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책임론이 확산하면서 이사회가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날 비공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었지만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개최하지 않았다. 자추위는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자회사 대표이사 연임 여부를 논의하는 조직이다. 일단 자추위가 열리지 않은 만큼 조 행장 연임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더 늦어지게 된 셈이다. 그러나 임추위 구성원 상당수가 자추위 구성원인 만큼 이날 회의부터 조 행장 연임 여부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관행을 보면 조 행장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통상 은행장은 이른바 ‘2+1’ 관행에 따라 2년 임기 후 1년을 연임한다. 조 행장은 이번이 초임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중도 퇴진한 이원덕 전 행장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실제 우리은행장을 역임한 기간은 총 1년 6개월에 불과하다. 임기는 올해 12월 말까지다. 하지만 조 행장이 올해 말을 끝으로 조기 퇴진할 수 있다는 시각도 꾸준히 제기된다.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과 관련해 350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행장 연임 여부에 대한 이사회 결정이 늦어지는 건 그간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와 부당대출 책임론에 대해 이사진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순이익 2조52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확대해 호실적을 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인 2조5151억원을 세 개 분기 만에 넘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행장으로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로 인한 내부통제 이슈에서는 낙제점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과 외부 여론은 부정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우리금융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수준이 현 경영진이 추진 중인 외형 확장 중심의 경영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조 행장 연임 여부를 손쉽게 결정짓지 못하는 이유다.
조 행장 연임 여부가 결정되면 우리은행 자추위는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 조 행장 연임 불가 결론이 나오면 당장 다음 주 중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추릴 수 있다. 우리금융은 차기 행장 후보군을 추리는 대로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이사진 대상 업무보고 간담회, 후보군 압축과 심층 면접 등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차기 행장 후보에 대해서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조만간 우리금융 이사회는 자추위를 다시 열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우리금융은 지난 9월 27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10월 18일 2차 회의 등 자추위를 가동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카드,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 연임 여부와 후보자 선정 작업을 진행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자회사별 주요 현안을 비롯해 내년도 중점 추진 사업 등을 중심으로 브리핑이 이뤄졌다”며 “참여자 간 자유로운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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