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며 내년부터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결론을 내렸다. 이른바 '금투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는 일제히 불기둥 장세를 보이며 반등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아쉽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며 "이 문제를 유예 하거나 개선 시행을 하겠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 수단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도입이 예고된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 이득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을 넘기면 초과 이윤에 20~25%의 세금을 매기는 것이 핵심이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여야 합의로 도입됐고 2023년 1월 시행을 앞뒀다.
그러나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2년 유예를 발표했고, 야당과 줄다리기 끝에 시행 시기는 2025년 1월로 미뤄졌다. 그러다가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민생토론회를 통해 아예 금투세 폐지를 공론화 했다.
당초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는 '부자감세'라며 그대로 시행한다는 기류였지만 이 대표가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완화·유예론을 꺼내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당내 찬반 목소리가 격돌했고,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당 지도부에 결정을 위임하게 됐다.
이 대표가 '유예'를 넘어 '폐지'를 결정한 것은 이른바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내세운 중도·보수층 외연 확장 행보로 풀이된다. 또 개미투자자들이 금투세를 '이재명세'로 부르며 반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고 하는 개혁진보진영의 비난·비판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 "증시가 정상을 회복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결정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늦었지만 금투세 완전한 폐지에 동참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자본시장을 밸류업하고, 투자자들을 국내시장으로 유인할 다각적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별도 입장문을 내 "금투세 시행이 58일 남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결국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혔다"며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1월 본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를 처리하도록 야당과 즉시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은 "금투세 과세 대상은 상위 1% '슈퍼개미'로 자산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또 부자감세를 시행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폐지 입장을 재검토하라"고 반발했다.
이번 금투세 폐지로 직접적인 세수감소는 없다. 다만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내년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증권거래세율을 꾸준히 낮춰왔기에 이를 환원시킬 방안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발표에 코스피는 대부분의 종목이 상승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 대비 46.61포인트(1.83%) 오른 2588.97에 장 마감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25.03포인트(3.43%) 오른 754.08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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