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일본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자동차 업계에 입힐 타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엔화 약세로 물가 상승이 가속화해 일본 가계에 미칠 영향도 걱정거리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60% 이상,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모든 물품에 관세 10∼20%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일본 대미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자동차 품목이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일본 자동차업계는 도요타의 인증 부정 문제로 올해 4~9월 완성차 8개사 전세계 생산 대수가 전년 대비 6% 줄었고,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 부진까지 더해 업계의 신경은 곤두서있다.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면 일본 내 일자리 창출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정권 하에서 엔화 약세가 가속화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 약세로 수입품 및 에너지 가격이 급상승하면 가뜩이나 물가 상승으로 허덕이는 일본 가계가 더욱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제는 임금 및 비용의 가격 전가가 진행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소득세 감세, 관세 인상 등과 같은 공약을 실행하게 되면 인플레이션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또 다시 닥치면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엔화 약세가 진행된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직후 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4엔 선에서 거래됐다.
엔화 약세는 일본 국내로의 수입 물품 가격을 상승시킨다. 해외에 의존하는 사료 가격도 급등하기 때문에 일본산 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식품 뿐 아니라 가솔린 및 전기요금의 인상에도 파급될 전망이다.
엔화 약세는 출범 한 달 만에 지지율 30%대에 묶인 이시바 시게루 내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 엔저는 일본 수출에 큰 도움을 줬으나 대기업 공장들이 해외로 대거 빠져나간 최근에는 내수 기업의 수입 물가를 급등시키며 ‘슬픈 엔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0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에 익숙한 일본 국민에게 있어 최근 물가 급등은 정권에 대한 큰 불만 요인 가운데 하나다. 중의원 선거(총선)에서도 물가 상승이 표심으로 연결된 만큼 이시바 신 내각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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