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수출은 규모가 크고, 상환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수출국과 수입국의 '신뢰의 문제'가 반드시 발생한다. 여기에 금융대출에 ESG 기준을 강화하는 국제적인 추세, 또 금융기관이 분쟁국, 혹은 신용도가 낮은 고위험 국가에 무기 수출에 관한 금융지원을 하는 게 적당하냐는 논란 등도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방산 수출을 위한 금융지원은 정부와 기업 경쟁력은 물론 파생 산업, 금융 전반의 경쟁력을 동반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홍종민 한국수출입은행 혁신성장금융3부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아주경제신문,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전북대학교, 대륙아주 주최로 열린 '2024 국방안보방산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홍 혁신성장금융3부장은 'K-방산수출' 확대를 위한 금융의 역할과 관련해 "K-방산 수출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은 환율, 국가 신용도가 낮은 분쟁국가와의 거래, 차주 신용도의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면서 "방산 수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금융 제도도 발전시킬 수 있지만 수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부동산, 코인 등 비생산적인 곳으로 쏠리는 시장의 유동성을 생산적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순기능도 있는 만큼 참여 주체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도 없고, 공적 금융지원도 없었던 A국가가 미국으로부터 전투기 100대를 성공적으로 수입한 사례를 예로 들며 "A국가는 1990년대 전투기 100대를 3차례에 걸쳐 수입하면서 그 대금으로 20년간 원유를 40만~60만 배럴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이 기간 수입국·수출국의 오일회사가 원유를 국제 시장에 내다 팔고, 판매 대금은 수출국의 중앙은행을 거쳐 기업에 지급되고, 또 원청은 하청에 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국가 경제 전체가 돌아가는 긍정의 선순환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례를 보면 방위산업이 석유, 금융, 중소기업까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방산의 성장 속도는 매우 폭발적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내 방산수출 시장은 단순 구성품 위주였던 2006~2010년대 10억 달러 수준에서 기술, 자본집약적 완제품을 수출하던 2011~2020년대 23억8000만~35억4000만 달러로 성장한 뒤 글로벌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확보하기 시작한 2022년 173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국지전 확대 등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로 올해 수출 규모 역시 지난해(140억 달러)보다 42.9% 성장한 2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61.1%에 달한다.
K-방산이 도약하기 위해선 금융 제도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방산 수출금융은 담보가 없고, 무기 수입국 정부가 지급 능력에 관한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 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어렵다. 수입국 내부의 정치갈등, 부패, 권한남용 등은 물론 상환 재원이 없다는 점에서 상업적인 위험성도 동시에 지닌다. 또 무기 수출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평판 위험도 높고, 정부 간 거래인 만큼 시장 상황보다 좋은 금융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적 금융 의존이 불가피하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 방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수출금융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박인호 전 공군참모총장을 좌장으로, 안상남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방산진흥본부장, 이호철 스페이스프로 고문, 박장희 한국무역보험공사 플랜트금융부 부장 등이 참석해 K-방산 수출 금융 솔루션과 민간자본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안상남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방산진흥본부장은 "방위산업은 전체 예산과 수요를 군에서 측정하고, 그게 또 기업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은 구조적으로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수출도 특히 기업이 부담하기엔 리스크가 큰 만큼 국익 차원에서라도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하나의 수출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은행도 방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금리를 깎아준다거나 만기 한도를 늘려주는 등 정부 차원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고, 방산수출진흥기금(가칭) 제도 등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