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첫 재판, 피의자들 모두 혐의 부인...尹 "방산수출 위한 고도의 정책 결정"

  • 윤석열, 조태용, 장호진, 이시원, 박성재, 심우정 등 피고인 전원 출석

  • 尹 "이종섭, 방산 수출 성과...호위함 수주 등 위해 호주 대사 임명한 것"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채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서 피의자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이른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금지 해제' 사건의 첫 공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피의자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에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범인도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조태용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외교부1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재판이 열렸다. 이날 피고인 전원은 특검측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내란특검팀은 공소사실 낭독을 통해 채해병 사건의 윗선 개입 의혹이 커지고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자,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보내기로 마음먹고 조태용 당시 안보실장 등과 공모해 호주대사 임명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사 검증 과정에서 수사 외압 이슈를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해 공관장 자격 심사를 형식적으로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젊은 장병의 죽음은 안타까우나, 대통령의 인사권을 사법적으로 단죄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에 관해서도 "인도-태평양 파트너십과 케이(K)-방산 수출의 연속성을 고려한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었으며, 공수처가 소환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국금지만 유지한 것이 오히려 정치적 목적"이라고 공수처를 비난했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외교부 1차관 측 역시 범인도피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조 전 실장 측은 "재외공관장은 체류지가 공개되어 있고 언제든 귀국해 수사가 가능하다"며 "30년 외교관 생활을 한 피고인이 수사 회피를 위해 대사를 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 실장측은 과거 주유엔대사, 주몽골대사가 수사를 위해 국내에 잠시 귀국했던 사실을 예로 들기도 했다.

장 전 실장 측은 "안보실의 지시를 인사기획관실에 전달한 것은 당연한 절차적 이행일 뿐"이라며 "호주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을 독촉하거나 부임을 연기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공모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박 전 장관 측과 심 전 총장 측도 혐의를 전면부인했다. 특히 이들은 '출국금지 해제'의 적법성을 강조하며 이 전 장관의 이의신청에 대해 "출국금지 심의위원회가 원론적이고 정상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 측은 "당시 기자의 질문에 '공적 업무를 위한 출국'이라고 답한 것은 맥락상 당연한 설명이었을 뿐, 심의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 전 총장 측 역시 "공수처 수사가 지체됐다고 해서 이를 방해로 볼 수 없으며, 대사 사임 이후에도 공수처가 소환 조사를 하지 않은 점을 보면 도피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발언 기회를 얻은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은 장관 시절부터 방산 수출에 성과를 냈다. 호위함 수주 등을 위해 국방 전문가가 호주 대사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수사기관에 고발됐다고 공식 임명을 못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소환도 안 하고 출국금지만 걸어두는 것이야말로 징계 사안"이라고 공수처 수사를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의 의견을 종합한 뒤 “이 사건의 본질은 호주대사 임명이 실제 수사 및 체포를 곤란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라고 정리했다. 특히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 절차가 실질적인 심사였는지, 아니면 형해화된 요식행위였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공판을 마친 재판부는 다음 공판을 다음달 10일 오전 10시에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향후 증인 신문 등 본격적인 증거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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