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밀려오는 트럼프 파고… 우리가 공포감을 더 키우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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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입력 2024-11-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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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귀환이 몰고 올 후폭풍으로 혼란스럽다. 불확실성 경고음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파급력에 세계 곳곳이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금융 부문이 먼저 요동을 친다. 증시와 비트코인, 환율에 이르기까지 명암이 엇갈린다. 감세와 고관세로 집약되는 트럼프 2기 경제 정책이 벌써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이 보호무역주의를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키면서 반(反)트럼프 전선의 확대로 연결, 글로벌 무역이 대폭 위축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으로 유럽과 중동에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이 언제 종료될지도 큰 변수이다. 내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와 전쟁이며, 시장에서는 여전히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더 우세하다.
 
트럼프의 복귀로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은 아시아 지역이며, 그중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국가로 중국과 한국이 지목된다. 오히려 일본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비교적 평온해 보인다. 취임하기 전부터 중국 상품에 대해 60%의 고관세(트럼프 1기, 최대 25%)를 때리겠다는 서슬 퍼런 공약을 연일 쏟아놓는다. 차기 트럼프 정부에 들어설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중국에 대해 더 가혹하게 손을 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중국 정부도 이에 대해 잔뜩 움츠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정면으로 맞서기 위한 포괄적인 무역 보복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빅테크 기업에 타격을 줌으로써 트럼프의 지지 기반과 주식 시장을 흔들어 보겠다고 벼른다.
 
한편으로 트럼프 1기 시기에 양국이 부딪혔던 무역 분쟁 경험을 회고하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 중이다. 당시 중국은 트럼프의 공세에 협상 테이블을 깔면서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적절한 맞불을 놓았다. 또한 트럼프의 압박이 중국뿐만 아니고 서방 동맹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이었던 점에 착안하여 유럽이나 한국·일본 등과도 경제적 교류의 틈새를 확대했다. 미국의 힘이 덜 미치는 중동·중남미·아프리카 등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을 더 키웠다. 트럼프 4년간 미국과의 무역에서도 중국의 무역흑자가 더 늘어나 미·중 무역전쟁의 승자가 중국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중국이 표면적으로 떨고 있는 듯하지만 내심 향후 4년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복선을 깔고 있는 듯하다.
 
미국 대선(大選) 결과가 나오기 이전 중국 반응은 대체로 해리스 후보보다 트럼프를 선호하는 평가가 많았다. 왜 그럴까 짐작해보면 쉽게 납득간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 있어서 트럼프의 ‘디커플링(배제)’을 포기하는 대신 ‘디리스킹(관리)’전략을 선택했다. 바이든 정권은 미국 일방주의를 지양하고 동맹국과 공동전선을 형성하여 중국의 무역과 기술에 대한 압박감을 한층 높였다. 받아들이는 중국 측에서 보면 미국을 1:1로 상대하는 것보다 미국 연합전선이 동시다발적으로 때리는 공격이 훨씬 고통스러웠다. 트럼프 2기가 1기 때와 유사한 방법으로 중국 다루기를 하면 또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은 이를 간파하고 있고, 트럼프 2기가 이를 인지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외부 평가는 한국이 경쟁국보다 위기에 덜 노출돼
 
중국의 물밑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난 18일 종료된 아르헨티나에서 종료한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에 대해 한목소리로 경계감을 선언문에 담았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호주와는 물론이고 브라질·페루 등 남미 국가와 트럼프 반대하는 이합집산을 주도하고 나섰다. 이와 별개로 일본과 영국·캐나다 등도 ‘2+2 경제판’을 가동, 트럼피즘에 당하지만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무역뿐만 아니라 기술 부문에서도 협력의 물꼬를 터면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한국만 이에 빠져있어 미국 눈치 보기에 급급해하는 듯하다.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 수입 상품에 대해 10~20%라는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의 고립화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기류와는 무관하게 트럼프호(號)의 항진은 거침이 없다. 대외 강경파를 전면에 포진하면서 파죽지세로 몰아붙일 태세다. 문제는 치밀한 준비와 정교함이 없으면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빈 수레가 요란한 경음을 울리듯이 속 빈 강정이 될 공산도 크다. 사방에서 불협화음으로 혼선이 생기고 여기저기서 엇박자가 분출할 수도 있다. 세계는 이미 트럼프 1기를 경험하였고, 이에 기반하여 2기를 대비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월등하게 높은 한국의 입지가 매우 불안하다. 중국보다 한국이 더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입방아가 흘러나오는 것은 경제 체질이 취약하고 대처 가능한 경우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를 불식시킬 수 있는 강력한 처방이 없으면 기정사실이 될 수도 있다.
 
새해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내년도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으로 우울하다. 보호무역 먹구름에 더해 내수 시장 불황으로 해외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중국산 저가 공세의 이중고에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침소봉대하여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지나 않은지 냉정하게 짚어볼 일이다. 중국 상품에 대한 경계심은 미국이 아닌 다른 시장에서도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중국산보다 유리한 입장이며, 다른 경쟁국과는 불공평하지 않은 대등한 처지다. 문제는 이에 대한 처방전을 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면서 시간만 보내는 정부 경제팀이다. 얼마 전 EIU가 발표한 트럼프 보호무역 정책에 가장 위험이 노출될 국가로 한국은 10위에 있다. 멕시코(1위)·중국(2위)·베트남(4위)·일본(6위)·대만(7위)·인도(8위)보다도 낮다. 우리가 공포감을 더 키우고 있지나 않은지 차분히 살펴보고 전열을 재정비하면 결코 승산 없는 게임이 아니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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