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의장과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면담을 갖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 상황 점검 및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은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대외 여건마저 최악으로 치닫아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우 의장은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이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아주 극대화된 상태"라면서 "이로 인해 경제와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 부진, 수출 둔화,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외국인 자본 유출이나 기업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안정성·성장 잠재력이 크게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경제 신뢰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 국내 금융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가 최근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오늘 FOMC 결과에 따라 아직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며 계속 경계감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정책이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가 구축된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서 주요 경제정책을 추진해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내외 신뢰를 높이는 데 한은이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특히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고 정부와 함께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서 대외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정 협의 하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비롯한 재정 관련 경제정책의 조속한 시행을 강조한 바 있다. 비상계엄·탄핵 정국으로 내년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1.9%보다 낮아질 위험성이 커지면서 재정정책을 확대 운용할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한은은 현재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감액 예산안이 성장률을 0.06%포인트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도 본예산은 673조3000억원(총지출 기준) 규모인데 올해 대비 2.5% 늘어나 경상성장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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