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자동차 회사인 혼다와 닛산이 내년 6월까지 합병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혼다·닛산 합병법인이 내연계에서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전기차(HEV)로 전환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배터리 업체의 캐즘(일시적 수요적체) 극복과 중국 업체에 대항한 경쟁력 확보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2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미쓰비시자동차 포함)은 합병 후 EV·HEV 시장 점유율 확대에 회사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두 회사가 합병을 택한 근본 원인이 내연기관 시장이 지속해서 축소되는 상황에서 EV는 미국 테슬라와 BYD 등 중국 주요 자동차 업체에 밀리고, HEV는 일본 도요타보다 열세에 처한 것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8위였던 닛산은 올해 1~3분기 BYD에 밀려 9위로 밀려났고, 올 4분기 판매량에 따라 7위인 혼다도 BYD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배터리 업계에선 두 회사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와 협력해 EV·HEV 연구개발과 생산량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혼다는 EV·HEV 생산을 위한 플랫폼(AEP) 계획을 세우고 2040년까지 판매하는 모든 차종에서 내연기관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닛산은 HEV를 위한 e-파워 하이브리드 전환 계획을 공개하고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HEV로 바꾸기로 했다.
EV·HEV 전환에는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이 필수다. 이를 위해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 배터리 합작 생산법인인 L-H배터리를 세우고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오하이오주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이 건설되면 연산 40GWh(기가와트시)의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 당초 L-H배터리는 생산량 일부를 다른 일본 자동차 업체에도 공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두 회사 합병으로 닛산 공급이 기정사실화될 전망이다.
닛산은 SK온을 파트너로 삼아 HEV 전환 전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닛산 관계자가 SK온 서산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선 닛산과 SK온의 배터리 공급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체에 대항하기 위한 한일 전기차·배터리 동맹이 완성될 것으로 본다. 혼다·닛산을 중심으로 LG에너지솔루션, SK온, 파나소닉 등이 느슨하게 연결된 구조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성장에 위기감을 느끼는 혼다·닛산이 일본·북미 시장을 고려해 한국 및 일본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협업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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