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터뷰] '조명가게' 김설현 "자기 확신 없어…김희원 감독 도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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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5-01-0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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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조명가게' 주연 배우 김설현 [사진=디즈니+] [사진=디즈니+]
"솔직히 좋은 평가가 이렇게 많은 건 처음이예요."

배우 김설현(29)은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조명가게'와 자신의 연기 호평에 얼떨떨한 반응이었다. KBS2 드라마 '내 딸 서영이'(2012)를 시작으로 '오렌지 마말레이드'(2015), 영화 '강남1970, '살인자의 기억법' '안시성', JTBC '나의 나라'(2019), tvN '낮과 밤' '살인자의 쇼핑목록', ENA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등 꾸준히 작품 활동 해온 배우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직까지 "자신에게 확신이 없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조명가게' 속 김설현의 모습은 하루아침에 빚어진 게 아니라는 걸. 묵묵히 그리고 꾸준하게 쌓아올린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배우 김설현은 조명가게와 어두운 골목을 배회하는 미스터리한 여자 '이지영'을 연기했다. 드라마의 문을 열고 닫는 인물인 만큼 김설현의 '임무'도 명확했던바. 그는 '이지영'이라는 인물을 흥미롭고 매혹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조명가게'에 머무르도록 만들었다.

"저는 '지영'이 문을 여는 캐릭터인 만큼 '드라마의 톤'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그게 책임감으로 다가왔고요. '어떻게 톤을 잡으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가장 많이 공들인 부분이기도 해요."

김설현은 "아무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후세계"를 시청자들에게 납득 시키는 과정을 고심했다. 게다가 '조명가게'는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이어가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사후세계는 제가 모르는 부분이니까 고민이 많았어요. 아무도 경험해 보지 않았잖아요? 게다가 전개 자체가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되지 않으니까 시청자들이 '지영'의 감정대로 따라와 줄까? 걱정도 됐어요. 4화까지 '진짜' 이야기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정체를 숨기며 톤을 잡아가야 한다는 게 제게는 참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디즈니+ 조명가게 주연 배우 김설현 사진디즈니+
디즈니+ '조명가게' 주연 배우 김설현 [사진=디즈니+]

김설현은 상대 배우인 엄태구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수줍음을 타는 엄태구와의 연기 호흡에 호기심을 가지자, 김설현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좋았다"며 웃었다.

"(엄)태구 선배님과는 '안시성'으로 처음 만났는데, 당시에는 대화할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이번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둘이 찍는 신이 많으니까 대기도 같이 하고요. 배우마다 여러 유형의 사람이 있는데 저와 선배님은 촬영 전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편이거든요. 대화보다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편인데, 선배님들은 그 모습이 낯설었는지 놀리곤 하셨어요. 하하.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통하는 '소울메이트' 같은 사이입니다. 잘 통했고요. 억지로 벽을 허물려고 하기보다는 같은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면서 가까워진 거 같아요. 자연스레 의지하며 전우애도 생겼고요."

극 중 '지영'과 '현민'의 설정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조명가게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상대를 기억하는 반면, '현민'은 연인인 '지영'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에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바.

"강풀 작가님께 직접 들은 건 아니고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사랑의 무게가 같지 않아서'라고 봤어요. 그 무게가 에피소드 전면에 깔려있고 마지막화로도 드러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설현은 '이지영'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할 때, 김희원 감독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원작과 드라마가 가지는 차별점부터 인물이 가진 분위기까지 디테일하게 꾸려갈 수 있었다는 부연이었다.

"감독님께서 '지영'의 말투까지 디테일하게 잡아주셨어요. 리딩 해보고 '톤을 더 낮춰보면 좋겠다'고 하셨고 '이상한 여자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며 미스터리한 면을 강조하자고 하셨어요. 특히 '4부까지는 연쇄살인마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개인적으로는 1인 2역처럼 연기하려고 했어요. 4화 전후로 보이는 '현민'에 대한 마음은 너무 다른 감정이니까요. 각각 다른 감정처럼 연기했고 그걸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율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디즈니+ 조명가게 주연 배우 김설현 사진디즈니+
디즈니+ '조명가게' 주연 배우 김설현 [사진=디즈니+]

김설현은 김희원 감독의 디렉션에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 '아저씨' '담보' 등으로 대중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김희원의 연출 데뷔작으로, 김 감독은 직접 인물을 연기해 본 뒤 동선을 짜고 배우들과 캐릭터를 빚어나가는 독특한 방식의 디렉션을 주었다.

"감독님께서 연기를 하시니까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주시곤 했어요.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나누었고요. 감독님께서 '내가 이 장면을 연기해 봤는데 동선이 이렇게 나올 거 같다' '인물이 이런 감정일 거 같은데 너는 어때?'하고 말해주시곤 했어요. 감독님께서 (배우들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장면과 동선을 짜두면 그 안에서 마음껏 연기만 하면 됐어요. 그런 점이 좋았어요."

'잘 짜여진 디렉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배우로서 편안함을 느끼는 감독들의 디렉션 방식이 궁금해졌다. 김설현은 김희원 감독이 "씬마다 디렉팅을 세세하게 준다"며 그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말했다.

"저는 디렉팅에 많이 의지하는 편이에요. 연기할 때 '내가 얼마나 진심인가'도 그렇지만 '보는 이에게 얼마나 와닿는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의 시선이 중요한 거니까요. 연기하는 저보다 보는 사람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디렉션을 믿고 받아들이고 그걸 정확히 표현하는 걸 중요하게 여겨요."

김 감독은 김설현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애썼다. 그가 연기하는 '이지영'과 '배우' 김설현이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길 바란 것이다. 이는 김설현이 김 감독과 나누었다는 대화의 곳곳에서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감독님께서는 '오케이(OK)'를 하시고서도 제게 꼭 '너는 어때?'하고 물어보셨어요. 저는 워낙 제게 확신이 없어서요. 늘 '모르겠다'고 했어요. '감독님이 좋으면 저도 좋아요'라고요. 감독님은 '그러면 안 된다. 네가 알아야 한다'면서 일부러 더 제 의견을 물어보셨어요. 제가 너무 확신이 없고 주저하는 배우라는 걸 아신 거죠. 확신을 주기 위해서 애쓰신 거 같아요. 한 번은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감독님께서 전화하셨어요. '잘 안 풀린 것 같은 날은 해당 신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한 번 더 찍자고 해볼 걸 싶기도 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이 너무 고독하더라. 너도 그럴까 봐 전화했다. 오늘 정말 잘했고 참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자꾸만 주저하고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후배 배우를 위해 선배들도 나섰다. 그는 김희원, 이정은 등 베테랑 배우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선배 연기자들은 "아직도 후회만 남는다"며 그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길 바랐다.

"제가 선배님들께 '연기에 대한 아쉬움만 남고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털어놨거든요. 그런데 이정은 선배님께서 '나도 아직 내 연기에 만족한 적 없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 진짜 오래 연기하고 저렇게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분들도 만족하지 못하는구나. 만족이란 건 어려운 거구나' 싶더라고요."
디즈니+ 조명가게 주연 배우 김설현 사진디즈니+
디즈니+ '조명가게' 주연 배우 김설현 [사진=디즈니+]

1995년생인 김설현은 올해 30살을 맞게 됐다. 연기자로서 더욱 폭넓은 시기를 맞이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는 치열했던 20대를 돌아보고, 다가올 30대에 대한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어릴 때는 '30살'이라고 하면 까마득하게 느껴졌거든요?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도 '와 어른이다'라고 여겼고요. 그런데 막상 제가 30살이 되니까 아직 저는 23살 같아요. 하하. 실감이 잘 안네요. 지금, 20대 초반보다 여유가 있으니까, 30대의 저는 더욱 여유로워지지 않을까요?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계 없이 더욱 넓어질 연기, 작품 스펙트럼에 관한 기대도 내비쳤다.

"워낙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조명가게'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렸으니, 앞으로도 낯선 면면들로 시청자분들과 만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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