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위원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대상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개인정보위의 핵심 화두는 AI"라며 "지난 2년 동안 AI 영역을 들여다보며 각종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는데, 올해는 이에 기초해 현장에서 해법을 찾아내고 도약할 수 있도록, 실제 혁신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반을 잡아가는 해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가이드라인 형태로 여러 문건들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이들이 보다 작은 회사나 개별 영역별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국제 회의를 많이 방문했는데 유럽연합(EU)에 있는 관계자들이 한국이 개인정보 영역에서 법·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이 물어본다"라며 "개인정보 영역은 유럽을 포함해서 글로벌 선도 위치에 이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9월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가 서울에서 열리는데, 이를 계기로 개인정보에 대한 글로벌 논의나 AI 시대의 새로운 돌파구 등과 관련해 한국 등이 새로운 리더십을 보이는 계기로 작동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딥페이크나 가짜뉴스 등 AI의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AI와 관련해 기술의 오남용과 부작용이 계속해서 나타나는데, 특히 딥페이크 등은 개인의 존엄성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의 근본적인 이념에 반한다"며 "기존의 법 안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하고 기존의 법으로 안 되는 것들은 좀 정리해서 올 상반기 중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개인정보위는 지난 13일 발표한 업무보고에서 딥페이크를 악용한 합성 콘텐츠 등에 대한 정보 주체의 삭제 요구권 도입을 추진하고, 인격권을 침해하는 개인정보 합성 등을 금지·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고 위원장은 최근 애플의 음성 비서인 '시리'가 사적인 대화를 녹음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애플이 미국에서 제기된 개인정보 불법 수집 관련 집단 소송에서 소비자들에게 총 9500만달러(약 14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는데,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시리가 사적인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광고주를 비롯한 제3자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고 위원장은 "미국에서 관련 언론 보도가 있어서 개인정보위에서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현재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단계고 어떻게 이를 구체화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조사로 전환될 수도 있지만, 사전실태점검 등 다른 방법으로 갈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전실태점검이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개인정보 침해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 개인정보위가 취약점을 사전에 점검하는 절차를 일컫는다.
구글과 메타가 개인정보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일단 기다려 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소송의 판결은 오는 23일 나온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구글과 메타가 이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행태정보(이용자의 관심·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온라인상 활동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구글에 692억원, 메타에 308억원의 과징금을 지난 2022년 부과했다. 양사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2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오는 3월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선도서비스에 대해서는 "선도서비스가 시작되면 이를 실제로 체험해 본 사례가 생기고 이를 토대로 관심을 가질 만한 여러 잠재적 사업자들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올해 몇 가지 구체적인 사업들이 진행되는데 이를 통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는 선순환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올해 금융 이외에 의료·통신 분야에서 시작되며 우선적으로 총 5종의 서비스가 단계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당초 유통 등의 분야에도 연내 적용 예정이었으나 업계 반발 등으로 인해 시점이 다소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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