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 여파로 전국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서울 집값도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등 핵심 입지의 집값 상승세는 여전하지만, 서울 지역 절반 이상의 아파트 값은 하락한 상황이다. 거래량과 매수심리 지표 등도 하락 전환에 무게가 쏠리면서 시장 침체가 갈수록 뚜렷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둘째주(12월 16일) 기준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서울 자치구는 전체 25개 자치구 가운데 7개구였으나 1월 셋째주(1월 20일) 기준으로는 절반이 넘는 14개까지 확대됐다. 한달 만에 두 배 증가한 셈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1월 셋째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주째 보합(0.00%)을 유지하고 있다.
강남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하락 거래가 빠르게 전이되는 양상이다.
노원구 하계동 하계1차 청구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6일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8억8000만원) 대비 열흘 만에 2억원 하락한 가격이다. 2021년 기록한 최고가 10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약 4억원이 떨어졌다.
도봉구 창동 주공1단지 전용 58㎡는 지난달 24일 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6억500만원에 거래된 지 5개월만에 4000만원가량 내린 것이다. 이 단지는 2022년에는 8억원대에 거래됐지만 2억원 넘게 떨어진 뒤 가격 회복을 못하고 있다.
민간 통계 자료에서도 서울의 집값 흔들림은 확인된다. KB아파트 시장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월 2주 기준 보합을 나타내며 상승세를 멈췄고 1월 셋째 주에도 0.01% 오르며 3주 연속 보합권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탄핵 국면에 접어들며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이 일단 관망을 택하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한 점도 부동산 시장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거래량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4(한국부동산원)로, 전주(96.6)보다 0.2포인트(p)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기준선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시장 심리를 보여주는 지수 중 하나인 KB부동산의 매수우위지수도 1월 기준 35.4로 전달 대비 1.4p하락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던 8월 68.8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전문가들도 고금리와 대출 규제 속에 탄핵 정국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심형석 우대빵 연구소(美 IAU교수) 소장은 "현재는 대출 규제와 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커 실수요자까지 거래에 나서지 않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일부 선호지역을 제외하면 거래는 물론 아파트값도 약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근 금융당국에서 가산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는 등 대출 규제 기조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늦어도 상반기 내에는 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시장이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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