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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칼럼] 코미디 같은 세상, 국민을 위한 우선순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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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입력 2025-0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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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요즘 세상을 보면 현실이 코미디인지, 코미디가 현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경제는 여전히 불안정하며, 우리는 그 가운데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치와 경제는 마치 서투른 코미디 듀오 같아서, 한쪽이 삐끗하면 다른 한쪽도 덩달아 넘어진다.
 
우리네 정치가 딱 그래서 보고 있자면 블랙 코미디를 연상케 한다. 국민을 위한다 떠들지만, 정작 자신의 안위만을 바라고 있는 모습이 뻔히 보이는데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 국민을 앞세운 정책은 진지하게 토론되기보다는 인기몰이용 슬로건으로 변질되고, 그들만의 정쟁은 소셜 미디어상에서 희화화되기 일쑤이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행복이다"라는 고대 철학자들의 가르침은, 요즘 현실 속에서는 "정치는 서로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예술이다"로 바뀐 것 같다.
 
정치가 삐끗하니 경제는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보인다. 물가는 뛰어가고 있는데 서민들의 삶은 미끄러지고 있다. 행복해야 하는 명절이었음에도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침체된 한국 경제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차치하고서라도 팬데믹 이후 잠시 살아나던 소비 회복세가 꺾이면서 소매 판매와 서비스업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었다.
 
또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경제는 더욱 위축되었다. 그나마 장기화된 전쟁으로 날마다 오르던 기름값은 국제 유가 안정과 설연휴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가격 통제 노력으로 다소 진정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88.4) 대비 3포인트 정도 소폭 상승한 수치이지만,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즐거워야 할 연말 갑작스런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소비 둔화가 가중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에게 직격탄이 되었다. 국민을 위한다는 결과가 크리스마스와 설 대목을 놓친 상인들의 눈물과 한숨으로 이어졌다.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심리도 악화되면서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한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경제적 해법상,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나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물가 상승을 자극할 위험이 높다. 이미 연초부터 믿었던 저가커피를 비롯한 식음료의 가격 인상 보도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작년까지 정부가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며 물가 상승을 억제했지만 복잡한 정치 상황 속에 환율까지 올랐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물가 안정에 집중할 경우, 소비 심리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 역시 높아져 다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와 환율을 고려하면 돈줄을 함부로 풀 수도, 그렇다고 과도한 소비 진작 정책은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과 가계 부채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점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경제정책을 통해서도 딜레마 해결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2017년 통과했던 감세 법안은 기업과 개인의 세금을 대폭 인하해 소비와 투자를 증가시켰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재정 적자 확대와 장기적 물가 상승 압력을 초래하였다. 또한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시행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체계는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제조업과 고용을 단기적으로 부양하려 했으나,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수입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 물가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미국 경제는 일시적 호황을 누렸지만, 불균형적 성장이 심화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25% 추가 관세를 선언하였다. 아무리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 및 제조업 보호, 자국 내 일자리 확대를 위한 목적이라지만, 이는 대상국의 보복 관세 등을 통해 미국 경제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 역시 높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는 오히려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관세 정책이 단기적 소비에는 효과적이었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소비 둔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양날의 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단기적 처방보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 코미디 같은 딜레마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욱 심각해진 경제 불균형과 사라진 장기적 비전의 창출에 있다. 소비 둔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상반된 경제 목표를 조화시키기 위해 정부는 선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은 물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부는 선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과도한 경기 부양책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재정 지출을 전략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물론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 민생이 무너지고 있는데 이걸 알면서도 그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정치적 갈등 해소가 선결적으로 요구된다. 지금은 경제 위기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할 때이다. 제발, 민생 경제와 관련된 정책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실질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민을 위해 뛰겠다 하고서는 자기 살길 찾아 뛰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고 화가 난다. 국민을 위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웃고 즐기는 코미디 속에도 진실이 담겨 있다. 코미디의 핵심은 결국,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힘이 그것이다. 정치와 경제가 혼란스럽고 어설퍼 보이더라도, 그 과정에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다.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여유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이 코미디 같은 세상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우리는 무대 위 관객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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