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조달청 나라장터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이뤄진 KISTI의 슈퍼컴퓨터 6호기 입찰 공고는 단일응찰로 유찰됐다. 이로써 지난 2023년 4차례 무응찰로 유찰된 데 이어 다섯 번 연속 유찰에 그쳤다. 기획재정부의 계약 예규상 단독으로 입찰한 경우 재공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네 차례의 공고와는 달리 실제 입찰에 나선 사업자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입찰 사업자가 나온 것은 KISTI가 올해 다시 입찰공고를 하면서 전체 사업비를 2929억원에서 4483억원으로 53% 증액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KISTI는 이 과정에서 6호기 기기 구축 단가도 기존 1억4564만달러에서 2억8441만달러로 약 2배 올렸다.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통해 2023년 이후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크게 올라간 GPU 가격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다.
KISTIS는 슈퍼컴퓨터 6호기를 통해 시스템성능 600페타플롭스(PF), 저장공간 200페타바이트(PB), 네트워크 대역폭 400Gbps으로 전 세계 10위 안에 드는 슈퍼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자 했다. 당초 2023년 사업자를 선정하고 지난해 가동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거듭된 유찰로 첫 계획보다 일정이 많이 늦어진 상황이다.
현재 휴렛팩커드(HP), 레노버, 아토스 등 세 곳의 해외 사업자가 슈퍼컴퓨터 6호기 사업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한 곳이 이번에 유일하게 사업에 입찰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만일 이들 중 추가 입찰자가 나온다면 경쟁입찰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을 전망이다. 홍태영 KISTI 슈퍼컴퓨팅인프라센터장은 "이번에는 단일응찰로 유찰됐지만 재공고에서는 경쟁입찰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다소 시기가 늦어지기는 했지만, 슈퍼컴퓨터 6호기 사업자가 나타날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올해 GPU 1만5000대 공급 계획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4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연내 GPU 1만5000장을 조기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초 2030년까지 GPU 3만장 확보가 목표였으나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슈퍼컴퓨터 6호기에는 고성능 GPU 8800여장이 탑재될 예정이다.
KISTI는 이르면 오는 7일 재공고를 나라장터에 올릴 예정이다. 재공고에서는 단일응찰이 되더라도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여기서 사업자 선정이 될 경우 2026년 상반기 중 베타테스트 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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