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조기 대선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가 3월을 전후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권 잠룡들은 차례로 준비에 착수한 모습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2월 말에서 3월 초 정치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설 연휴 기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등 정계 원로들을 만나 정치적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에는 국민의힘 내 1973년생 이하 '친한(친한동훈)계' 정치인 모임인 '언더73'이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김상욱·김예지·진종오·한지아 의원 등이 참석해 "김영삼 정신은 2025년 오늘 정통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계승해야 할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이라며 "기필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자.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12일 국회에서 지방 분권을 주제로 개헌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오 시장이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회를 찾는 것은 처음이다. 토론회를 앞두고 오 시장이 당내 의원들에게 초청장을 보낸 것에 대해 여권 내에선 사실상 대선 후보 경선을 염두에 두고 세력화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인사 중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자신의 자서전 <정치가 왜 이래>를 출간했고, 연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을 옹호하는 메시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범여권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이달 2일 홍대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대교체론을 내세워 출마를 선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22일 "나는 늘 대선에 도전할 꿈을 갖고 있던 사람이고 버리지 않았던 사람"이라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쇄신 이미지'와 '중도 확장성'을 앞세우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권 도전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현역 국무위원인 데다 김 장관 지지세의 중심에 윤 대통령 탄핵 반대론이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최근 '탄핵 인용 시 출마하나'라는 질문에 "대통령과 국민에게 예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만일 헌재의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시작될 경우 국민의힘 당내 경선은 최소 20일 이내 치러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선거인단 조사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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