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5년만에 GBC(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결정하면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규제를 적용 받고 있던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 일대 집값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언급한 이후 이미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는 등 시장이 활기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해당 지역의 거래량은 물론 매매가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규제완화라는 측면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호재로 인식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이날 토허제 조정·해제 관련 심의를 열고 잠실·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14.4㎢) 중 안전진단이 통과된 재건축 아파트 14곳(1.36㎢)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아파트 단지 기준으로는 305곳 중 291곳이다. 현재 시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국토부가 지정한 용산 철도정비창 일대(72만㎡)를 포함해 총 6525만㎡에 달한다.
시가 토허제 해제에 나선 것은 그동안 토허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기 때문이다. 당초 시가 토허제 카드를 꺼낸 것은 개발 예정지 인근이나 재건축 단지에 투기 수요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규제 초기에는 도입 취지대로 해당 지역의 아파트 거래가 줄고, 가격도 떨어졌다. 하지만 규제가 지속하면서 오히려 해당 지역 아파트값이 크게 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시가 지난해 8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제도의 효과 검증을 위해 실시한 연구 용역에서도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억제 효과가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광범위하게, 매년 재지정되는 상황에서 거래가 쉽지 않아 주택 처분을 마음대로 못하는 등 재산권 침해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규제 효과보다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우려가 더 커진 상황인 만큼 해제하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5년만에 토허제 해제가 이뤄지면서 잠실·삼성·대치·청담동 등의 집값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당 지역들은 해제 전부터 기대감에 가격이 들썩였다. 송파구 잠실동의 위치한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19층이 2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같은 면적이 26억7500만원에 거래됐는데 1억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도 지난해 말 역대 최고가인 27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며 현재 호가는 30억원 중반까지 올랐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최근 매매 호가가 4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인해 당분간 해당 지역을 위주로 거래량과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갭투자는 물론 이 지역들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거나 매입 대기 수요가 많은 지역인 만큼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호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고, 일부 재건축단지가 제외됐지만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크고 전세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상급지 교체수요도 여전하다"며 "규제완화 지역은 거래량 증가, 가격 강세, 갭투자 수요 유입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상승세가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대출규제 강화, 탄핵정국 등으로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해제 이후 수요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갈아타기용으로 전세를 끼고 매수하려는 수요나 지방권에서 투자를 위해 진입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현재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계속되고 있고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이번 규제 완화가 서울 주택 시장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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