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렬의 제왕학] 세계는 미·중·러 천하3분 각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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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렬 논설고문
입력 2025-02-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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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렬 논설고문
[박종렬 논설고문]
 

미·중·러 천하 3분 패권전쟁

“미국의 황금기가 바로 지금 시작된다······. 지금부터 미국의 쇠퇴는 끝날 것······. 미국 시민들에게 2025년 1월 20일은 해방의 날이다······. 우리는 곧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꿀 것이며, 위대한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의 이름을 딴 매킨리산으로 복원하여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복원할 것이다······. 미국은 3만 8천 명의 목숨을 잃은 파나마 운하 건설에 어떤 프로젝트보다 많은 돈을 투자했다.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는 중국에 준 것이 아니라 파나마에 주었고 우리는 그것을 되찾고 있다······. 우리는 조국을 해방해 새로운 승리와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45대에 이어 4년 만에 귀환한 47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1월 21일 31분간 이어진 약 8300자 취임사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근간으로 ‘상식의 혁명’을 강조하고 ▶국경 강화 및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에너지 확대를 통한 인플레이션 저감 ▶힘을 통한 평화 ▶법치 회복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국정 운영 기조를 밝혔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를 미국 영토로 표시한 뒤 이를 ‘고립주의 시대 먼로’를 빗댄 ‘돈로 독트린’으로 칭한 ‘뉴욕포스트’ 1면 사진을 공화당 하원 외교위원회는 1월 8일 X(트위터)에 게시했다. 이는 사실상 여당 외교위가 트럼프의 ‘영토확장 계획’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미로 “트럼프는 미국을 위한 가장 큰 꿈을 갖고 있고, 큰 꿈을 두려워하는 것은 비미국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79세) 귀환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72세)과 푸틴 대통령(73세) 등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미·중·러의 70대 노장들이 국운(國運)을 걸고 쟁패(爭霸)를 벌이는 세계는 이제 패권전쟁 각축장으로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격변기를 맞았다.

트럼프는 미 제국 일극(一極)의 유일 세계 패권을 500년 더 연장하는 미국몽(美國夢:American Dream)을 외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캐치프레이즈로 선거기간에 두 번 암살 위기를 넘겨 지지자들은 ‘신(神)이 트럼프를 구했다’라며 ‘메시아’로 열광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등소평 이래 불문율(不文律)로 현 지도자가 차차기 지도자를 지정하는 10년 임기라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전통을 폐지, 집단지도체제를 깨고 시황제(習皇帝)가 되어 집권 13년 차로 진시황제(秦始皇帝)처럼 절대권력을 장악,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공산당 영도로 2050년 세계최강대국 지위를 확보한다는 ‘중국몽(中國夢)’을 시현하고 있다.

‘위대한 미국 재건’을 외치는 트럼프와 중화제국 부흥을 꿈꾸는 ‘중국몽(中國夢)’의 시진핑이 주도하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동·서양 국가 간의 패권전쟁은 무역·기술전쟁을 넘어 체제·이념을 가르는 신냉전, 나아가 문명충돌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4년 만에 권좌에 복귀한 트럼프의 재등장은 ‘천년 로마제국’을 꿈꾸는 미국과 ‘중화 문명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는 중국과의 역사적 승부로 ‘불확실성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로 세계질서를 뒤흔들고있다.

한반도는 주변 4국 모두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강대국들로서 경제력 기준 세계 1, 2, 3위 국가들(미, 중, 일), 군사력 기준 세계 1, 2, 3위 국가들(미, 러, 중)이다. 미·중이 무역전쟁으로 각축을 벌이는 패권전쟁에 러시아의 ‘짜르’로 24년째 집권한 푸틴 대통령이 ‘가세, ‘패권 3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크림반도 병합 등 세를 불려온 푸틴이 냉전 시절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였던 ‘옛소련 부활’이라는 러시아 몽(夢)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를 침공, 3년째 전쟁을 이어오면서 세계질서 재편에 끼어들어 패권전쟁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소련제국이 막강하던 미·소 ‘냉전 시절’에는 미·중이 손잡고 소련을 붕괴시켰고, 미국 패권 질서가 쇠퇴하면서 중국이 패권에 도전하는 ‘신냉전’ 시대를 맞아, 미국이 러시아를 지렛대 삼아 중국 포위전략을 구사하는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중국 후한 말 천하대란(天下大亂) 시기 [삼국지]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한 제갈량이 융중대(隆中對, 중국어: 隆中策)'로 내놓은 촉나라의 대전략인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연상케 하는 국제정세다. 난세에 군웅(群雄)이 할거하면서 결국 유비, 조조, 손권의 세 실력자가 솥발처럼 셋이 맞서 팽팽하게 대립한 정족지세(鼎足之勢) 형세로 세력균형을 이루고 싸웠듯이 미·중·러가 패권을 놓고 ‘3차 세계대전’을 거론하며 ‘한 치’ 양보 없이 격돌하는 형세(形勢)다.

한반도 77.3배인 세계 최대규모의 영토를 가진 군사 대국 러시아와 영토순위 2, 3위인 미국(한반도 44.5배)과 중국(한반도 43.5배)은 군사력과 경제력에서도 1, 2위의 강대국인데도, 세 나라는 국경분쟁 등 영토확장과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한반도 면적은 220,950km²로, 전 세계 218개 국가 가운데 84위).

서쪽과 동쪽의 경도 차가 가장 큰 러시아는 칼리닌그라드부터 캄차카까지 시간대(時間帶, time zone)가 11개, 미국은 미국령을 포함해 9개, 중국은 1개의 표준시만을 사용하지만, 과거 5개의 시간대를 사용할 정도로 광활한 면적의 국가들인데도 ‘한 치의 땅’이라도 더 확장하려는 팽창정책을 국가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까지 영토확장에 가세, 그야말로 천하대란(天下大亂) 시대를 맞았다.

나아가 트럼프가 취임사에서 달 대신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라며 화성 개척 의지 드러내면서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우주 패권이 세계 지정학의 새로운 대결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2021년 승무원 3명을 태운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12호'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과 소련에 이어 세 번째로 화성 착륙에 성공한 중국은 2030년 이전 달 유인 착륙, 2030년대 중반 달 기지 건설 등을 포함해 2050년까지 미국을 추월한다는 우주 굴기(宇宙崛起) 로드맵을 수립, 본격적인 우주 경쟁에 나섰다. 트럼프가 화성 탐사 도전을 제기한 것은 막대한 자금을 우주 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중·러와의 우주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우주 분야에서도 패권장악을 위해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 등 5군에 이어 6번째 군대인 우주사령부를 창설했던 트럼프는 2019년 4월 소셜미디어 X(트위터)에서 “NASA는 이미 50년 전에 달성한, 달에 가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지 말고 화성을 포함한 더 큰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적어 이미 미국 우주 군 강화는 ‘달에서 화성’으로 확장되었다.
 
일극(一極) 체제 유일 초강대국 미국 리더십 약화, 미·중 패권전쟁 촉발
 
1922년 건국된 소련이 1991년 붕괴하면서 일극(一極) 체제로 유일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에 맞서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증강한 중국이 2010년 G2로 부상했다. 중국은 환율조작, 특허침해 등 미국에 도전하다가 2017년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견제가 본격화됐다. 미국이 2018년 7월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818종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보복 조치에 나섰다. 미국산 농산물, 자동차, 수산물 등에 미국과 똑같이 340억 달러 규모로 25%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전쟁이 시작되었다.

미·중 무역 전쟁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 전방위에 걸쳐 견제에 나서면서 첨단산업을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대되었다. 트럼프-시진핑 치하에서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와 중국의 대(對)미 간첩 문제를 주장하면서 대(對)중 견제를 본격화,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미·중패권전쟁은 치열해졌다. 높은 관세를 무기로 한 대중국 무역 전쟁이 2019년에는 5G 등 미래 기술을 놓고 갈등했다. 미국 기업이 이와 관련된 기업에 장비 판매를 금지했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 19’를 둘러싼 책임론 공방으로 격돌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1기 트럼프 행정부 이후 ‘새로운 냉전’ 시대의 미·중 긴장은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더 강화됐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대만을 위협, 신장 자치구 위구르 집단 학살 인권 침해, 사이버 공격 등을 자행한다고 비난, 갈등이 지속하였다. 중국이 급격하게 성장한 경제력·군사력을 바탕으로 타국을 힘으로 강압하는 '늑대전사 외교'(戰狼:wolf-warrior diplomacy)로 무력과 보복 등 상대국을 공격한다고 주장하는 등 미‧중 경쟁과 갈등은 모든 분야에서 지속했다.

미국은 트럼프 1기(2016~2019년) 정부와 바이든 정부(2020~2024년)에 이르기까지 중국 첨단기술 통제를 강화해 왔고, 트럼프 2기 정부 역시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2024년 말에는 중국 GDP가 미국의 70%를 넘는 수준으로 명실상부한 G2로 부상, 경제와 국방 안보뿐만 아니라 ‘미국적 가치’에 대한 도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중국의 도전은 미국의 상대적 ‘세력 약화’로 이어져 리더쉽 공백을 결과했다.

이 틈을 비집고 구소련의 영화(榮華)를 복원하려는 푸틴의 ‘러시아 부활’을 꿈꾸는 우크라이나 침략 등 예측 불가한 국제정세는 그야말로 일극 체제를 흔들어 패권국 위상을 허무는 군룡무수(群龍無首) 시대를 맞았다.

패권국인 미국에 도전하는 신흥 강대국 중국과 이에 가세한 러시아의 대결로 압축되는 강대국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기존 세계질서의 지각변동을 필연적으로 이끄는 다양한 이슈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21세기판 그레이트 게임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지적한 대로 “트럼프 재등장, AI 기술 무한 확장, 미·중 충돌 격화에 따른 지정학의 재편”으로 진행되면서 세계질서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8세기 당면한 조선의 외교 정책을 청나라 이홍장의 밀명을 받아 『조선책략(朝鮮策略』으로 최초로 4강 외교방침을 제시한 황준헌(黃遵憲)은 러시아의 침략성을 거듭 강조, 조선의 상책은 러시아 침략을 방어해야 한다는 방아책(防俄策)에 있다고 훈수했다. 이를 위해 ‘친중국(親中國), 결일본(結日本), 연미국(聯美國)’ 하며 자강(自强)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중국’은 러시아와 동서북이 국경에 닿아 있어 러시아를 제어할 나라로는 중국이니 친밀한 양국 관계를 유지하고, ‘결일본’해 승냥이·호랑이처럼 조선을 노리는 러시아에 조·일이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가 떨어질 수 없는 보거상의(輔車相依) 형세에 놓여 있는 상보적(相補的) 관계라 방어하라 하였다. 약소국을 돕고 동양 평화를 원하는 미국과 ‘연(聯)미국’을 제언, 조선 정부는 1882년 미국과 수교했다.

청의 ‘조선지배권’을 흔드는 서구열강과 일본을 견제하고, 러시아 방어에 급급한 청은 일본의 야욕을 파악하지 못한 채, 러시아 남진을 막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이이제이(以夷制夷)에 의한 원교근공책(遠交近攻策)의 일환으로 미국을 끌어들여 조·중·일·미가 단결하자는 취지다. 한말 국제정세에 무지했던 조선은 외세 침략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유생들의 국권 수호 운동인 위정척사(衛正斥邪)파와 개화파로 엇갈려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다 결국 망국의 길로 들어섰다.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해양세력(미국·일본)과 대륙세력(중국·러시아)의 4대 강국이 충돌하는 한반도 주변의 패권 다툼은 구한말 상황과 유사, 약소국의 비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양다리외교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이 먹혔지만 한·미·일 공조 대 북·중·러 연대라는 거대한 국제 관계의 퍼즐속에서 대한민국은 미·중 대결 심화로 양자택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러시아와의 밀착이 결과한 북·중의 전략적 균열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한국의 상책은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원교근공책’에 따라 미·중 패권전쟁에 대비한 국가 대전략으로 “친미 교중 통일 연아(親美 交中 通日 聯俄)”의 8자책략(八字策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종렬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철학과 ▷중앙대 정치학 박사 ▷동아방송·신동아 기자 ▷EBS 이사 ▷연합통신 이사 ▷언론중재위원 ▷가천대 신방과 명예교수 ▷가천대 CEO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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