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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미국에 CES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한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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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넥스나인 대표
입력 2025-02-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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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넥스나인 대표
김유림 넥스나인 대표
스타트업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가 '피벗(pivot)'이다. 피벗은 원래 유지해 오던 사업 모델이나 전략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서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창조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읽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피벗이라는 단어가 생존과도 직결되는 것이라 자주 사용됐지만, 왜 다시 CES에서는 피벗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2019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한 후 많은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마이스(MICE) 산업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 길이 막히고, 대면 만남이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암흑의 시기를 거치며, 처절하게 공감했던 것이 찰스 다윈의 "가장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것" 이였다. CES의 주최사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사장인 게리 샤피로가 새로 출간한 책의 제목인 '피벗 오어 다이(Pivot or Die)'를 보며 지난날이 복기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CES는 CTA 주최로, 1967년 시카고의 부대행사로 시작된 후 뉴욕, 시카고에서 개최됐다. 1995년부터는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하고 있는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컴덱스(COMDEX)와 영역을 나누어 발전해 오다가, 당시 정보통신(IT) 위주의 컴덱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가전제품 위주로 진행되었던 CES가 IT 영역까지 흡수, 확대하며 진화하게 되었다. 필자 역시 컴덱스(COMDEX) 전시회의 관계자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터라, 얼마나 시장이 순식간에 변화하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후, CES는 매년 새로운 첨단 기술에 대한 각축장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가령 CD플레이어(1981년)부터 사물인터넷(IoT), 드론(2015년), 자율주행, 증강현실, 5G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 등 시대를 풍미한 기술들이 소개되었다. 이에,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중국 하이테크 페어(CHTF) 와 함께 세계 4대 IT 전시회라 불리기도 하는 이유이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된 2019년 이후 일부, 주요 전시회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CES의 경우, 전략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서, 혁신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CES는 명실상부 더욱 영향력 있는 글로벌 테크 이벤트로 거듭나게 되었다.
 
또한 CES라는 전시회의 진화와 함께 라스베이거스 소프트파워 도시와 함께 시너지를 내며 발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령,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센터를 비롯하여, 네바다주립대(UNLV)의 전문인력양성, 셔틀과 모노레일 등의 교통 편의성을 개선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미래형 첨단 공연장 스피어(Sphere)를 비롯하여, 라스베이거스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CES와 융합되어 진화하는 중이다.
 
2018년 초만 해도 CES는 China Electronic Show가 아니냐 할 정도로 전체 출품 기업 중 3분의 1이 중국 기업이었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 참여기업이 주춤하게 된다. 또한, 대한민국 기업의 선방으로 삼성, LG 등의 대기업은 물론이고, 스타트업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이 대거 선전하고 있다.
 
2024년의 경우 전체 4124개 기업 중 한국은 772개 기업으로 미국, 중국 다음으로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유망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되는 유레카 파크 기준으로는 1300개 기업 중 한국이 512개사로 미국(250), 프랑스(203) 개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2025년에도 코트라, 창업진흥원, 충남도, 서울시, 대전시, 카이스트 등에서 참가했다. 창업진흥원은 'CES 2025' 유레카관에 마련하는 K스타트업 통합관에 공공기관 30개 기관과 협력하여, 100여 개 스타트업 관을 운영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CES 2025에서 29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삼성의 혁신상 수상 노하우를 스타트업과 공유하여, 스타트업들이 11개의 혁신상을 수상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CES 2025에서는 삼성전자와 C랩의 수상 제품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LG전자 또한 CES 2025에서 최고 혁신상 3개를 포함해 총 24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한국의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이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대거 수상하였는데, 16개 이상 수상하며, K-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전시회는 단순히 제품을 소개할 뿐 아니라, 국가브랜드, 도시브랜드, 기업의 제품과 기술을 알리는 전쟁터이자 중요한 플랫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CES는 매우 전략적이고도 상업적인 플랫폼이다. 실제 CES 참가 뱃지의 비용은 최소 350달러이며, 여기에 테크투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995달러부터 1695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 옵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전시라는 전쟁을 치르기 위한 전략 전술을 테크투어라는 이름으로 가르쳐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앞서 언급한 CTA 사장이 집필한 책 'Pivot or Die'와 'CES TREND Report'의 구매 옵션을 거쳐야만 입장권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본 전시회에 참가하려면 CTA에 승인 절차를 거쳐야만 참가할 수 있다. 플레이어 역시 선별하여 골라내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필자가 인상 깊게 본 것은 테크 투어 가장 첫 번째로 제시하는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혁신의 미래'이다. 수많은 기술을 제치고 가장 앞세운 프로그램이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에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전략 전술에 있어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를 고려해, '재미'라는 엔터테인먼트를 앞세웠다. 얼마 전 CES 주최사 사장의 미디어 인터뷰 기사가 떠올랐다. 기자의 질문은 "한국 기업이 이렇게 많이 참석하는데, CES를 한국에서 개최할 생각은 없는가?" 답은 "CES는 라스베이거스여야 한다" 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CES 전시는 엔터테인먼트를 전략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의 대표적 공연 (오쇼, 카쇼, 르레브쇼 등)과 스피어 등은 관광객뿐 아니라 비즈니스 관람객의 밤도 깨운다.
 
대한민국에는 무엇이 있을까? 미국에 CES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한류가 있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K-POP, K-콘텐츠를 비롯하여 연관 산업까지 선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한류와 산업을 융합한다면 어쩌면 오래도록 죽지 않고, 충분히 피벗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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