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모든 패션 기업과 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패션 기업이 해외 진출을 쉽게, 해외 패션 기업이 상품 업로드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상품 상세 페이지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 젠시(GENCY)와 상품 촬영을 알아서 해주는 촬영 로봇인 젠시PB(Photobot)를 패션업계에 도입한 강성훈 스튜디오랩 대표(40)는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본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2021년 스튜디오랩을 창업하기 전 서울 강남에 한 패션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많은 쇼핑몰 운영자들을 만난 강 대표는 온라인에서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사진 촬영과 상세 페이지 제작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한 솔루션은 부재하다고 느껴 젠시와 젠시PB를 만들었다.
젠시(구 샐러캔버스)는 툴 안에 제품 사진들만 올리면 15초 만에 상세 페이지를 생성해 주는 솔루션이다.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AI가 사진 속 제품의 특징을 자동 분석해 상세 설명, 디자인, 사진 배치까지 완성한다. 제품에 최적화된 마케팅 문구부터 섬네일, 레이아웃, 세부 디자인 등으로 수정 가능하다.
젠시PB는 커머스에서 활용되는 상업용 사진부터 인물 촬영까지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촬영 과정을 자동화한 로봇이다. AI가 실시간으로 피사체를 분석해 최적의 촬영 구도를 판단하고 피사체의 특징을 부각하는 커머스용 사진을 스스로 촬영한다.
강 대표는 온라인 커머스의 밸류체인(Value Chain)을 봤을 때 CAFE24, imweb과 같은 쇼핑몰 구축 업체나 판매 관리를 돕는 셀러허브 같은 업체는 있었지만 중간 단계인 사진 촬영과 상세 페이지를 제작하는 과정은 부재하며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고비용·저효율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시장에 대한 명료한 판단과 수요 분석, 확실한 솔루션을 통해 서비스와 기술을 내놓은 스튜디오랩은 올해로 5년 차를 맞은 스타트업이지만 2025 CES에서 젠시PB로 로보틱스 분야 혁신상을 수상하고 작년에 젠시로 인공지능 분야 혁신상을 받아 2년 연속 세계 빅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수상뿐만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젠시는 LF몰, 닥스, 헤지스, 질스튜어트, 볼빅, 지센, BCBG, 마리끌레르 등 유수 패션 브랜드 10여 곳과 구독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이 밖에 스튜디오랩은 W컨셉, 신세계TV쇼핑, GS샵 등 커머스 플랫폼과 일을 하고 있다. 해외 수상 이후로 글로벌 패션 기업들과도 협력 논의를 위해 접촉 중이다.
실제 패션업계에서 상세 페이지를 잘 만들면 매출이 20%는 오른다는 얘기가 있다. 스튜디오랩은 고객사들에서 젠시를 이용한 뒤 MD와 디자이너들의 사진 배치, 포토샵 등 작업 시간이 매우 줄었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한 대형 고객사에서는 디자이너 한 명이 일주일에 최대 138개 상품의 상세 페이지를 만든다는 기록을 들었다. 기존에는 2~3주가량 들여 내보낼 상품이었다.
스튜디오랩은 최근에는 프리A 투자 라운드에서 33억원 규모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며 더 많은 기업과 일할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 투자는 SBI인베스트먼트 리드로 진행됐으며 네이버 D2SF, 디캠프, 서울경제진흥원(SBA)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생성형 AI를 콘텐츠 영역에 효과적으로 도입해 초기 사용자를 성공적으로 확보한 점, 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커머스 콘텐츠 기업으로서 건강한 성장이 기대되는 점 등을 인정받았다.
향후 채용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고 솔루션 고도화와 다양화, 버전 업그레이드, 추가 솔루션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는 젠시PB 팝업 스토어를 부산역 등에 론칭하며 국내 소비자, 셀러, 기업들과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AI가 실시간으로 로봇 암, 트래드밀, 셔터 스피드 등을 컨트롤해 상업용 사진을 촬영하던 것을 일반 소비자들이 인생네컷처럼 체험하게 해 그 활용도를 알리고 있다.
강 대표는 모듈형으로 설치돼 있는 팝업스토어를 서울 등지로 옮겨 소비자와 고객사에 젠시PB를 더 알릴 계획이다.
그는 "브랜드 팝업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따라 배경을 설정하고 배경을 따라 걷는 듯한 모션으로 영상을 촬영한다거나 해외 유명 골프 웨어 콘셉트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세팅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솔루션 개발 확대 등으로 아마존 입점 패션 업체 등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해외에서도 커머스 콘텐츠를 위해 많은 리소스가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세 페이지와 촬영 효율을 넘어서 자동 번역 페이지와 섬네일, 광고 배너, 쇼핑 콘텐츠 등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커머스 콘텐츠 관련 문제들을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의류 외에 주얼리, 가방, 신발 등 패션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주얼리 등 패션 분야는 의류 못지않게 많은 양의 상세 페이지가 필요하며 럭셔리 브랜드의 콘셉트를 최대한 살려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브랜드마다 자주 사용하는 컷의 각도, 조명의 밝기, 어울리는 메시지 등이 적용되도록 세세한 작업들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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