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트럼프식 '관세 폭탄'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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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입력 2025-02-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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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밖에 안 되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 폭탄을 맹렬하게 퍼붓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MAGA(미국을 위대하게)를 위한 수단이라고 하지만, 거칠다는 생각이 든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의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서 유럽, 일본의 경제부흥을 도왔으며, 저개발국가들에 경제원조를 해주는 세계패권국의 역할을 해왔다. 역대 미 정부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국제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과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주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과거 미국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애하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자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로 그동안 저개발국가들을 지원해왔던 국제개발처(USAID)가 문을 닫게 되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MAGA를 위해 해외국가에 원조했던 과거 방식과 단절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이다. 미국이 결코 손해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기업가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무차별적인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함에 따라, 전 세계는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관세전쟁에 뛰어들 태세이다. 바이든 전 대통령과 트럼프 현 대통령의 공통점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집념이다. 그러나 정책추진 방식에 있어 트럼프 철학은 바이든과는 사뭇 다르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다자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봉쇄하는데 동맹국들의 협조가 절실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정책을 추진하면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이 전 세계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바이든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핵심 산업이 미국에서 꽃피우기 위해 투자 지원금이라는 유인책을 사용하였다. 이 결과로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가 미국 공장건설에 거액을 투자하였으며, 한국의 K 배터리 3사들도 경쟁적으로 미국에 투자하였다. 윈윈게임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주의보다 일방주의, 양자주의, 거래주의를 선호한다. 동맹국과 윈윈게임을 하는 것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게임을 즐기는 듯하다. 지난해 미국은 1조 1,989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국가별 관세, 품목별 관세, 보편관세, 상호관세 등 관세 폭탄 정책을 무기로 삼아 동맹국을 포함한 전 세계 무역 대상 국가와의 거래에서 자국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를 관리할 대외수입청까지 신설한다.
 
트럼프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체결했던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한 달 유보하였다. 중국에는 추가 관세 10%를 부과했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부과 계획도 선포했다. 지난 2월 13일 트럼프 정부는 오는 4월 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 발표될 자동차 관세가 약 25% 수준이 될 것이며 반도체·의약품의 경우 25% 이상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언급하여 한국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식 상호관세는 미국 상품에 대해 고관세를 메기는 무역상대국이나, 미국 기업이나 상품에 불공정 행위를 하는 세계 각국의 비관세장벽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 대해 무역흑자를 얻고 있는 국가들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매년 작성하고 있다. 여기에는 각종 규제 등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장벽이 기술되어 있다.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으로 초비상사태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무역 흑자 규모는 658억 달러이며 미국의 무역적자 국가 8위를 기록하였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하려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은 우리나라 대미 수출의 핵심 품목이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드디어 트럼프 2기의 MAGA 관세 폭탄이 다가왔다.
 
미국이 한국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현대차 그룹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수출되는 차량에 고관세를 받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일 트럼프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여 전기차 보조금까지 없앨 경우,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현재 세계패권국인 미국의 관세 폭탄 정책에 맞설 국가는 현실적으로 없다. 중국도 트럼프 1기 정부와 무역전쟁을 벌이다가 2020년 1월 미국산 제품 2,000억 달러를 추가로 구매하기로 합의하였다. 트럼프는 동맹국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하지 않는다. 그는 MAGA 정신에다 타고난 사업가적 기질의 거래주의 철학으로 무장하였다. 지금 세계 각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을 피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상 간 전략적인 거래를 해야 한다. 트럼프는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Give and Take’식 거래를 좋아하며, 사적 친분을 중요시한다.
 
지난 2월 7일 미일정상회담이 열렸다. 이시바 일본 총리는 기대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성공적으로 일본의 국익을 챙겼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1조 달러의 투자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인 인공지능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일본의 지지 견해도 표명하였다. 이시바는 아베 전 총리 시절의 미·일 전성시대를 다시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다.
 
우리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정부와 협상하여 관세 폭탄 정책을 피하고, 우리나라 안보 문제도 협의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탄핵정국으로 사실상 국가 리더십이 정지된 상태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국과 미국은 경제는 물론 안보 문제에 있어서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주한미군과 미국의 핵우산 정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탄핵정국이 끝나서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오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정부가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최상목 권한 대행은 범정부 차원의 대책기구를 만들어 국내 기업들과 소통을 통해 타개책을 고민하고 미국과 물밑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답은 미국 현지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더 세워 미국 기업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와 노동환경 조건 등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가 추구하는 관세 폭탄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회생시키기 위함이다. 트럼프는 니어쇼어링이 아닌 온쇼어링을 통해서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되찾고자 한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대학 경영학 박사 △국정원 국제분석관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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