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투표제가 주주총회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카드로 사용했던 집중투표제가 가결된 후 상장회사 전체의 이슈로 번지는 모양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웨이는 오는 3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정관 일부를 변경하는 안건을 포함한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얼라인)의 주주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상대로 집중투표제를 주주 제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집중투표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 영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1998년 상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됐으나 실제 사용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 가족회사인 유미개발을 통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주주 제안한 데 이어 다음달 열리는 영풍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도 집중투표제를 주주 제안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지분이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보다 열위인 상황에서 집중투표제를 통해 변수를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 1월 임시 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이 가결된 점도 이례적이다. 지난 5년 동안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도록 정관을 개정하자는 안건은 대부분 부결됐다. 2024년에 강스템바이오텍, DMS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주 제안 안건이 올라왔고 2023년에는 DB하이텍, 2022년에는 사조요양, 2021년에는 한진에서 올라왔으나 모두 부결된 바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안에서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의결권이 1주당 1표씩 부여되기 때문에 소액주주가 지분싸움에서 대주주를 이기기 어렵다. 집중투표제를 활용하면 이사 수에 비례해 늘어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 몰아줄 수 있고, 득표수가 많은 순으로 이사로 선임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로 지난해 JB금융지주의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한 결과 얼라인이 주주 제안한 김기석 후보와 주주 추천한 이희승 후보가 표 대결에서 1, 2위를 차지해 이사회에 진입하는 데에 성공한 바 있다.
상장사들은 집중투표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삼일회계법인이 발표한 '2024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의무공시한 526개 코스피 상장사 중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곳은 3%에 불과했다.
오히려 정관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한 상장사들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정관변경은 특별결의안으로 출석한 주주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기준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할 수 있다. 정관변경을 우선 거치치 않고서는 집중투표제를 활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 접근성을 낮춘 것이다.
일각에서는 집중투표제로 인해 주주총회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사용되는 등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집중투표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사회 전원이 대주주의 뜻에 따라 선임되기보다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이사가 있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를 활용하더라도 실제로 이사 한 명을 선임하기 위해선 상당한 지분이 필요하다"며 "경영진이 회사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운영하는 이상 집중투표제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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