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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Biz] "트럼프에 쫓기고, 시장 포화 피해서.." 中기업 말레이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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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5-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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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전기차·밀크티까지···몰려오는 중국산

  • '경제 살리기' 나선 말레이···"中은 중요 파트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위치한 중국 창청자동차 매장 건물 건물 왼쪽 뒤로 보이는 빌딩은 현재 중국건축이 진행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위치한 중국 창청자동차 매장 건물. 건물 왼쪽 뒤로 보이는 빌딩은 현재 중국 국영 건설사가 진행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비야디, 세계를 선도하는 전기차(World's leading electronic vehicle)”

말레이시아(이하 말레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해 시내로 향하는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 매장과 함께 광고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야디는 지난해 말레이에서만 한해 8570대의 전기차를 팔며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 약 40%로 1위에 올라섰다. 비야디 산하 고급차 브랜드 덴자도 이달 쿠알라룸푸르 랜드마크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바로 옆에 매장을 세우는 등 최근 비야디가 말레이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비야디는 말레이 현지에 반제품조립(CKD) 공장 설립도 예고한 상태다.

비야디뿐만이 아니다. 미국·유럽 시장의 무역 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 기업의 말레이 시장 진출 움직임이 거세다. 이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 속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말레이 공급망을 활용해 우회수출 기지로 삼는가 하면, 최근 중국 내수시장의 포화를 피해 말레이 소비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중립적 균형 외교를 내세우는 말레이 정부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차이나머니(중국계 자본)'를 적극 환영하는 모습이다.  
 
스마트폰·전기차·밀크티까지···몰려오는 중국산
 
말레이 쿠알라룸푸르 시내 쇼핑몰 대형 LED 전광판에서 화웨이 광고가 방영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말레이 쿠알라룸푸르 시내 쇼핑몰 대형 LED 전광판에서 화웨이 광고가 방영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최근 말레이에선 중국산 전기차 공습이 시작됐다.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는 말레이 정부가 전기차 세금 감면 및 충전 인프라 확장을 적극 추진하며 전기차 시장 육성에 나선 가운데서다. 

일본 도요타·혼다가 점령했던 외제차 시장은 차츰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말레이 교통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레이에 등록된 전기차는 2만1800대, 이 중 약 40%가 비야디로 채워졌다. 창청자동차(2.8%), 상하이자동차 MG(2.7%), 치루이자동차(2.5%), 샤오펑(1.8%)까지 합치면 중국산 전기차가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또 다른 중국 민영 자동차기업 지리차가 이달 말레이 양대 국영 자동차기업 중 하나인 프로톤과 함께 페락주 탄중말림에서 대규모 전기차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는 소식도 말레이 현지매체인 더엣지를 통해 보도됐다. 지리차는 프로톤의 지분 49.9%를 보유한 대주주다. 전기차 공장 건설에 투자하는 비용만 총 8200만 링깃(약 265억원)에 달한다. 

말레이 스마트폰 시장도 서서히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동남아는 한때 '삼성의 텃밭’이었지만 중국산 스마트폰의 거센 공세에 삼성의 입지도 차츰 좁아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 입국장에서부터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 시내 곳곳의 쇼핑몰에는 화웨이·아너·오포·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광고나 매장이 곳곳에 눈에 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는 지난해 '만년 1위' 삼성을 제치고 동남아 시장에서 처음으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내수 시장의 성장 둔화에 직면해 해외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중국 기업도 늘고 있다. 중국보다 낮은 임대료와 인건비도 중국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거닐다 보면 코티커피·미쉐·바왕차지·하이디라오 같은 중국 식·음료 브랜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말레이의 무더운 열대기후, 달콤한 맛을 선호하는 식습관, 거기에 1인당 구매력 증가로 중국 밀크티 음료 브랜드는 현지 주민에게 인기다. 중국 음료 브랜드 미쉐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말레이에서만 모두 300개 넘는 매장을 오픈했다. 

중국 가전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가전기업 하이얼은 말레이의 덥고 습한 열대 환경에 걸맞은 자외선(UV) 살균 에어컨으로 현지 판매량 '톱'을 찍었다. 현재 하이얼은 말레이에서만 약 50곳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주경제DB
[아주경제DB]
 
'경제 살리기' 나선 말레이···"中은 중요 파트너" 

중국 기업들이 말레이 시장을 공략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말레이는 싱가포르와 함께 동남아시아에서 경제 성장률이 높고, 젊은 세대의 구매력이 두드러진 시장이다. 지난해 말레이 경제성장률은 5.1%로 중국보다도 높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긴밀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현재 말레이 최대 교역 파트너다. 양국 간 교역액은 수교 초기엔 2억 달러 미만이었지만, 지난해 2000억 달러 이상으로 1000배가량 급증했다.  

게다가 말레이는 싱가포르와 이웃하고 있어 지리적 이점이 두드러진 데다가, 말레이 경제를 주무르는 화교의 막강한 경제력도 중국 기업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화교는 현재 말레이 전체 인구의 약 23%에 달해 중국 대륙을 비롯한 중화권 지역을 말레이와 연결하는 교량이 되고 있다.  

중립 외교를 표방하던 말레이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최근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중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19년 79억2000만 달러(약 11조4000억원) 수준이던 중국의 대(對)말레이 직접투자액은 2024년 134억8000만 달러로 4년간 70% 넘게 급증했다. 

이성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장은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자본 투자가 이미 정점에 달한 상태에서 말레이로선 ‘차이나머니’가 필요하다”며 “중국이 내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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