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생 이후 5년 만에 서방 단체 관광객을 받아들였으나 최근 이를 돌연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전문 여행사가 다음 달 초 열리는 평양국제마라톤 아마추어 참가자를 모집하는 등 최근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 모집에 힘 쓰는 분위기였던 만큼 갑작스러운 중단 배경이 주목된다.
6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는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나선 관광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지했다. 또 다른 북한 전문 여행사 영파이오니어투어와 스페인에 본사를 둔 KTG투어 관계자도 중단 소식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보도 내용은 관련 여행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에 기반한 만큼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동향을 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2020년 1월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전면 봉쇄했던 북한은 2023년 9월 외국인 입국을 허용했다. 다만 단체 관광객 입국은 러시아로 한정했으며, 지난달 말에야 나선 경제 특구에 서방 단체 관광객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속도를 내던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제동이 걸린 이유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관광객들의 SNS(사회소통망서비스)를 통해 내부 모습이 국제 사회에 노출되는 데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에 방문한 영국인 유튜버는 관광객 통제 문제를 지적하며 "세상 어느 곳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하기도 했다. 아울러 독일의 유명 인플루언서 역시 북한 사람들이 가난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부정적인 후기가 연이어 공개됐다.
또 기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보다는 소규모 서방 관광객 방북이 시작된 점이 중단 이유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단체 관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시점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준비가 소홀한 상태에서 (관광객을) 받아들인 것 같다"며 "공개된 범위에서 관광객을 수용하되 관광 담당 기관과 통제 기관 간 논의를 다 마무리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그런 단계가 덜 마무리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잇따른 북한행 관광 상품으로 북·중 인적 교류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던 중국은 북한 관광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달 베이징 여행사 '즈싱허이'가 내놓은 나선 3박4일 관광 프로그램은 출발 직전 취소되기도 했다.
중국 중장년 사이에서 저렴한 비용과 높은 접근성으로 북한 여행 수요가 높았던 만큼 아직 재개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당국 차원에서 제재를 가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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