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한성자동차 청담전시장 앞에 주차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 4 매틱(MATIC)'의 모습. [사진=윤선훈 기자]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살면서 딱 두 번 타 봤다. 미국 출장을 갔을 때는 운좋게 오버부킹이 되면서 얼떨결에 비즈니스석을 탔고, 싱가포르 여행을 갔을 때는 야금야금 모은 마일리지를 활용해 이코노미석에서 좌석을 업그레이드했다. 장거리 비행은 늘 피곤하지만 적어도 비즈니스석을 탈 때만큼은 피로가 확실히 경감됐다. 좌석 자체가 널찍하고 등받이 조절도 이코노미석에 비해 자유롭다 보니 이코노미석보다는 훨씬 편안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를 타면서 비즈니스석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벤츠의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 4 매틱(MATIC)'은 자동차에서 비즈니스석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기자는 지난 7일 서울에서 경기 양평군 양서면까지 왕복 두 시간여를 오가는 차량에 동승하며 승객 입장에서 승차감을 느껴 봤다. 흡사 비즈니스석처럼 업무용 공간으로 활용해 보기도 했다.
차에 탑승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널찍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좌석. [사진=윤선훈 기자]
처음 문을 열고 차에 탑승하면 리클라이닝 기능이 포함된 시트가 널찍하게 배치돼 있다. 앉자마자 안락한 탑승감이 느껴졌다. 여유 있는 공간부터 전체적인 좌석 디자인까지 비즈니스석을 연상케 했다. 실제 마이바흐 S 클래스의 무릎 공간은 일반 S-클래스 롱휠베이스 모델보다 휠베이스가 18센티미터(cm) 더 길고, 무릎 공간도 최대 12cm 더 증가했다. 여기에 차량 내부 전 영역에 고품질 나파 가죽이 적용돼 고급스러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본격적인 주행에 들어가자 안정적이면서도 흔들림 없는 승차감이 확연히 느껴졌다. 도심을 벗어나 국도를 타자 시속 80~90km까지 속도가 올라갔지만 승차감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따금씩 나오는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의식을 하지 않으면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
운전석에는 각종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한눈에 주행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제공된다. [사진=윤선훈 기자]
이러한 장점은 '마이바흐' 시리즈에만 있는 전용 주행 모드인 마이바흐 모드를 적용하자 더욱 두드러진다. 마이바흐 모드는 주행 시 가속이 더욱 부드러워져 특히 뒷좌석 승객들이 한층 더 편안함을 느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벤츠는 이러한 부드러운 움직임에 대해 "차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동력 공급으로 서스펜션의 편안함을 극대화해 훨씬 더 안락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마이바흐 전용 에어매틱 서스펜션 시스템이 적용돼 노면의 충격까지 걸러낸다. 이렇다 보니 흔들림과 진동 등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된다.
뒷좌석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 업무를 보는 모습. 다리를 100% 쭉 펼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널찍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업무가 가능하다. [사진=윤선훈 기자]
시험 삼아 서울로 돌아오는 1시간 동안 뒷좌석에서 노트북을 펼친 채 밀린 업무를 보기도 했다. 좌석 자체가 워낙 널찍한 데다가 앞좌석과의 간격도 넓고, 등과 목받침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등을 한껏 젖힌 채 편한 자세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었다. 최대 43.5도까지 등받이 각도를, 50도까지 다리 받침대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여기에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VI)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마사지 기능은 덤이다.
업무 집중도도 꽤 높은 편이었는데 빠른 속도로 주행하더라도 소음이 거의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리 사이에 삽입된 필름 레이어인 IR 라미네이티드 글래스가 기본 적용됐고, 타이어 트레드 내부의 폼 소재가 흡음재 역할을 하는 저소음 타이어를 기본 장착해 타이어 공명음까지 최소화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양한 주행 모드가 탑재되는 신차들의 특성상 편안함에 더욱 중점을 둔 마이바흐 모드 외에도 속도감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 모드, 승차감과 속도를 고루 신경쓴 컴포트 모드 등도 제공된다. 스포츠 모드의 경우 고속 주행을 할 때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며 속도를 낼 때 운전석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한껏 힘을 느낄 수 있다.
업무 특성상 비행기는 물론 버스나 택시, 기차 등 각종 탈것에서 업무를 봐야 할 일이 많다. 움직이는 차체 위에서 노트북에 몰입하다 보니, 업무를 하다 보면 어지러움은 물론 심하게는 멀미가 느껴져 장시간 업무는 어렵다. 차에서 내린 뒤 후유증이 찾아올 때도 있다. 적어도 마이바흐 S 680을 타는 동안에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왜 유수의 기업 C레벨들이 굳이 값비싼 돈을 들여 고급 자동차를 타고 다니려 하는지 실감할 것도 같았다. 브랜드 가치도 가치지만 차에서도 높은 업무 효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7일 서울 한성자동차 청담전시장 앞에 주차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 4 매틱(MATIC)'의 모습. [사진=윤선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