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귀가 닳도록 말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노무현재단 이사장 3년 임기를 마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임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게 어떤가요. 답답하시죠? 저도 답답해 죽을 지경"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몰상식이 상식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행세하는 세상"이라며 "경고 삼아 계엄령을 선포하는 세상이니 달리 더 무슨 말씀을 드리겠나. 그러고도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본 날이 2009년 2월이다. 그때 제가 왜 봉하에 왔는지 좀 의아해 했지만, 부산에 간 김에 그냥 들렀다"며 "무척 반가워해 줬는데, 얼굴에 그늘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날 민주당에 복당해 달라고 말씀드리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며 "민주당이 국민 지지를 얻어 좀 더 강했더라면 대통령님이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졌을까? 마음이 정말 아팠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빚진 마음으로 살아 왔다. 재단 이사장으로 3년 봉사했으니 절반쯤은 빚을 갚은 셈 치겠다"고 언급했다.
정 전 총리는 "재단이 미래를 봐야 하는데, 과거에 많이 머물러 있다. 대통령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 추억의 끈을 놓기 싫어 그런 듯하다"며 "노무현이 꿈꾸던 세상이 무엇이었는가를 넘어 그 세상을 어떻게 빨리 맞이할 것이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단 후임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역임한 차성수 전 서울 금천구청장이 맡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