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산하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대대적 조직 축소를 명령했다. USAGM의 산하 기관으로 북한·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의 실상을 알려온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사실상 폐국 위기를 맞게 됐다.
15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USAGM의 기능과 인력을 최소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USAGM은 해외를 대상으로 한 매체인 VOA와 RFA, 자유유럽방송(RFE) 등을 산하에 둔 독립 정부기관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 우파 정치인인 캐리 레이크가 특별 고문을 맡고 있는 USAGM은 북한·러시아·이란·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우크라이나 등 자유 언론이 위협받는 국가에 뉴스를 제공해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 중 VOA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1기 때 보도 내용에 자주 불만을 표명해온 매체다. VOA 직원들은 15일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유급 행정 휴직에 들어간다는 이메일을 받았고, 해당 언론인들은 이번 삭감이 너무 광범위해 방송국이 사실상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전했다.
마이클 아브라모비츠 VOA 국장은 로이터통신에 “1300명에 달하는 기자, 프로듀서, 보조원 등 직원 전원이 행정휴가에 들어갔으며 이로 인해 약 50개 언어로 운영되는 방송이 마비됐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뉴스의 공급원 역할을 하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조직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RFA도 조직 마비에 들어갈 수순이다. RFA는 미국 내 근무 직원 300여명 대부분을 다음 주부터 일시 해고하기로 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RFA 관계자는 며칠 내로 운영자금 입금이 이뤄지지 않으면 21일부터는 일시 해고에 들어가야 하며, 결국은 대부분의 근무인원이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된다고 폴리티코에 밝혔다.
폴리티코는 RFA의 대규모 감원에 대해 “중국의 선전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소수의 도구 중 하나를 사실상 스스로 닫아버리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레이크 특별고문은 RFA 등 USAGM이 감독하는 매체들에 AP, 로이터, AFP 등 글로벌 뉴스통신사들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는 계약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총 5300만 달러(약 770억원) 규모의 콘텐츠 계약이 “비싸고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지시를 내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미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VOA와 RFE 등을 폐쇄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AP통신, 폴리티코, NYT 등 언론사에 연방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비판해 왔다.
한편, 이번 행정명령 대상 기관에는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국제학술센터’, 분쟁 중재 기구인 ‘연방 조정·화해 서비스(FMCS)’, 박물관·도서관·기록 보관소를 지원하는 ‘박물관·도서관 서비스(IMLS)’, 노숙자 예방·퇴치 관할 기관인 ‘정부 기구 간 노숙자 대책 위원회(USICH)’, 저소득 지역 금융 지원 기구인 ‘커뮤니티개발금융기금(CDFIF)’, 소수인종 기업인들을 지원하는 ‘소수계비즈니스개발청(MBDA)’ 등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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