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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때릴수록 강해진다 … 中 하이테크의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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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논설위원장
입력 2025-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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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논설위원장
[곽재원 논설위원장]
매년 봄 북경에는 전인대와 동시에 열리는 국정 조언 기관의 전국 정치 교섭 회의정협에 5000명 정도의 대표가 모인다로이터
[매년 봄, 북경에는 전인대와 동시에 열리는 국정 조언 기관의 전국 정치 교섭 회의(정협)에 5000명 정도의 대표가 모인다=로이터]

‘딥시크(DeepSeek) 전인대’-. 지난 11일 폐막한 중국의 2025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에 해당)는 한마디로 이렇게 특징지을 수 있다. 중국 정치 워처들은 이번 전인대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잡아챘다. 중국 정부가 하이테크 투자를 대폭 늘려 침체된 경제를 지탱하고 한층 늘어나는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안점을 두었다. 중국 정부는 세계가 혼란한 가운데 안정된 ‘섬’이 되고 있다고 공식 문서로 평가하는 한편, 신흥 벤처기업 딥시크의 대두를 필두로 인공지능(AI) 분야의 발전을 칭송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과 외교정책 노선 변경으로 국제관계가 더욱 혼돈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미국과의 차별화를 선언한 모양새다.
때를 맞춰 중국 주식에 대한 서방의 평가도 일변했다. 프랑스 금융 대기업인 소시에테 제네랄이 지난 2월 ‘세븐 타이탄즈(거인 7종목)’라고 이름 붙인 중국의 주력 하이테크주의 2025년 들어 지금까지 시가총액 증감률은 미국 매그니피센트 세븐(장대한 7종목, M7)을 압도한다. 세계 투자자들은 딥시크 대두로 갑자기 시작된 중국 주식의 강세장을 탈 것인가에 대한 결단을 촉구받고 있다.
텐센트, 알리바바그룹, 샤오미, SMIC, 비야디(BYD), JD닷컴, 넷이스 등 7개 기업이 대상이다. 세븐 타이탄즈의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 13일 시점에서 합계 약 2140조원(1위안=약 200원)으로 2024년 말과 비교해 약 26% 증가했다. 딥시크의 대두와 미국 경기 우려로 미국 엔비디아와 알파벳 등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같은 기간 약 17%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정부의 과학기술예산 추이 출처중국 재정부
중국 정부의 과학기술예산 추이 [사진=중국 재정부]

이번 전인대에서는 중국 정부의 2025년 과학기술 예산안 3981억 위안(약 80조원)을 승인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 늘어난 것으로 13%였던 2019년 이래 최대 증가율이다. 이를 발판으로 국가기관에서는 AI 등의 기초연구를 확충하고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메이커에는 보조금을 더욱 두텁게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권과의 대결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민간도 합세시켜 하이테크 발전을 서두른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일약 각광받은 AI와 로봇, 신소재 등이 주요 대상이다.
캐나다의 조사회사 테크인사이츠에 의하면 중국의 반도체 등 ‘핵심적인 기초 부재’의 자급률은 2023년 시점에서 23%에 이른다. 2015년에 정부가 내건 ‘2025년에 70%’라고 하는 목표는 아직 멀다. 때문에 정부 예산을 적극 투입해 반도체 제조장치와 관련기술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는 미국의 포위망을 뚫겠다는 복안이다. 나아가 국산 하이테크를 다양한 산업에서 실용화시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도 그린다.
중국의 하이테크 분야 10년간의 육성 계획 ‘중국 제조 2025’가 정한 목표의 90% 가까이를 달성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 하이테크가 세계를 리드할 때까지 성장한 배경에는 2025년에 최종년을 맞이하는 진흥계획인 ‘중국 제조 2025’의 존재가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2015년 이노베이션을 활용한 산업모델 전환을 목표로 이 계획을 수립했다. 건국 100주년인 2049년 세계 제조강국의 선두권 진입을 최종 목표로 정하고, 1단계인 2025년까지 세계 제조강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대중 강경파인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024년 제2차 트럼프 정권 발족 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분야에서 목표로 한 기술의 최첨단에 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세계 리더로 꼽은 전기자동차(EV)는 배터리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등으로 BYD 등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은 미국의 200배라는 생산능력을 갖고 있으며 조선소의 생산규모는 다른 나라의 합계와 맞먹는다고 했다. 중국은 항공모함과 액화천연가스(LNG) 유조선도 건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컸다.
이번 전인대에서 드러난 중국 정부의 과학기술 진흥 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신형 거국체제’이다. 민간기업에도 연구개발을 독려해 기술혁신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리창 총리가 5일 읽은 정부활동보고에서 신형 거국체제의 강점을 마음껏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스마트폰 대기업 샤오미는 올해 300억 위안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4분의 1을 AI 관련에 쓸 것이라고 한다. ‘모든 소비재에 AI 탑재’를 기치로 내건다. 시진핑 중국 지도부가 2026년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5개년 계획에서도 AI와 우주 등 첨단 분야에의 투자 확대는 1순위로 올라있다. 구체적인 투자 확대 대상에는 바이오와 양자기술, AI 탑재 로봇, 6G 등 신산업이 포함됐다.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과 대규모 언어 모델을 공장이나 자동차 등 다분야에서 활용하는 ‘AI 플러스’의 추진도 꼽았다. 특히 인간형 로봇은 이미 중국 기술이 세계를 이끄는 유망 분야로 승부를 건 투자가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은 “과학기술과 산업의 혁신이 새로운 질의 생산력(실제적인 생산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길”이라고 강조한다.
중국은 앞서 2024년 7월에 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 전회)에서 중장기에 이르는 경제정책의 방침으로서 AI나 항공 우주, 신에너지 등의 산업 육성을 내세웠다. 새 5개년 계획은 이 노선을 구체화시킨 것이다.
중국은 새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30년까지 많은 고비를 맞이한다. 2027년 차기 전당대회에서는 시진핑 지도부의 4선 진입 여부가 초점이다. 중국군은 같은 해 건군 100년을 맞아 대만을 무력 통일하기 위한 군사능력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더욱이 2029년은 시진핑 지도부가 3중전회에서 내건 경제개혁을 완료시킨다는 목표의 해이기도 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11일 전인대 폐막 연설에서 ‘불가역의 미·중 분단’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권력일정을 염두에 둔 각오로 해석된다. 국영 중앙TV(CCTV)는 ‘전인대의 핫 워드는 테크 이노베이션(과기창신)’이라며 맞장구쳤다.
시진핑 지도부는 미·중 간의 분단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첨단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중국의 정책이 ‘미국 없는 경제’를 겨냥한 산업 구조의 전환 전략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니시무라 유사쿠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국제경제연구원 교수는 “불가역의 미·중 분단이 중국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대 강대국의 무역전쟁은 관세와 통상품목만을 다투는 단선적인 힘겨루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만 문제나 우크라이나 정전 교섭, 중동에서의 주도권 등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 있어서의 복선적인 딜과 맞물린다. 세계가 직면하는 것은 미·중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둘러싼 싸움이다.
최근 미국의 통신방송업계를 감독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국가안전보장평의회를 신설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위 강화와 AI 등 국가 전략상 중요한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평의회는 고속통신규격 '5G'나 차세대 통신규격 '6G', AI, 위성, 우주, 양자컴퓨터, 자율제어시스템 등 미국이 '매우 중요하게 자리매김하는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전략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설하는 평의회의 목적 가운데는 미국이 적대국으로부터의 사이버 공격, 첩보(정보) 활동, 서플라이 체인에 있어서 적대국에의 의존도를 저감하는 것이 포함된다. 앞서 미 의회는 중국 정부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2023년 중국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미국 정부는 광범위한 중국의 위협에 보다 포괄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기관의 자원을 결집시켜 체제를 강화해 왔다. 이번 평의회 설립도 그 일환이 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21년 중국의 위협에 강력 대처하기 위해 정보 수집이나 분석 능력을 강화하는 ’중국 미션 센터(CMC)‘를 신설했다. 미국 국무부도 같은 조직인 ’차이나 하우스‘를 신설했다. 미국 상무부에서는 수출 규제를 담당하는 산업안전보장국(BIS)이 특히 AI나 반도체 분야에 있어서 중국이 미국의 중요 기술을 입수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위한 대처를 강화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에 대처하기 위한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리스크는 기회도 동반한다. 향후 중국에서는 하이테크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관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일어날 것이다. 부품과 재료 등 한국 기술에 대한 수요는 반드시 있다.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관계에서 트럼프의 견제나 제재를 받지 않으려면 미·중 협상의 양상을 정교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국가의 인텔리전스와 관민 제휴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새로운 질서를 목표로 하는 세계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살아 나갈 것인지, 한국에도 각오와 국가전략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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