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를 두고 2020년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발생한 전셋값 급등과 함께 서민 주거 안정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전세 10년 보장’ 임대차법 개정안에 대해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앞서 진보당도 임차인이 원하면 무제한 계약갱신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한 바 있어 정치권 내 임대차2법 강화 움직임이 시장에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민주당 민생연석회의에서 발표된 '20대 민생의제'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포함된 것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해당 의제는 세입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이 계약을 2년씩 10년간 할 수 있게 하고, 연장도 가능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5%)도 신규 계약에 적용토록 했다. 현행 전세계약 2년에 2년 갱신계약, 연장 시 임대료 인상률 제한이 핵심인 '임대차 2법'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장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세 계약 10년을 보장하게 되면 전세 매물이 그만큼 감소하게 되고, 매매로 수요가 몰려 집값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임대인으로서는 장기간 임대를 내줘야 하는 부담에 전세가 아닌 월세로 대거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월세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2020년 7월 임대차 2법을 시행하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2년 더 사는 세입자가 늘어 전세 매물이 급감했고, 집주인은 4년 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치솟은 바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임대차 2법 도입 전(2019년 7월 첫째 주~2020년 7월 넷째 주) 3.86% 상승한 반면 도입 이후(2020년 8월 첫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에는 8.13% 올랐다.
전문가들도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수도권 등 주거 선호 지역에 주택난이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임대사업자의 임대 수요가 사라지면서 결국 수도권을 비롯한 주거 선호 지역에서는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10년 치 인상분을 한 번에 받으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10년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집을 수리하지도 않고 개선을 위해 투자를 하지 않아 주거 환경이 악화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가 결국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치지만 오히려 자금력이 부족한 임차인은 전셋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이미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해외 사례에서 나타나듯 임대인에 대한 과도한 재산권 침해는 물론 전세 물건 감소와 임대료 급등 등 오히려 임차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말 그대로 의제다. 민생을 위한 논의 주제일 뿐 추진하기로 한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특히 전세 계약을 10년 보장하는 임대차법 개정은 논의를 거친 당 공식 입장이 아닐뿐더러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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