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아주 좋은 통화를 막 마쳤다"며 "통화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논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요청과 요구사항을 조정하기 위해 어제(18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설명자료를 통해 "양국이 전쟁 종식을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영구적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미국의 정보 공유를 지속하는 것에 합의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휴전 감독관 역할 요청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실무 대표단 협상 준비에 나서기로 하면서 미국의 휴전 관리를 바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이 일정 부분 받아 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실무 대표단의 협상이 부분 휴전뿐 아니라 전면 휴전까지 염두에 둔 점을 살펴볼 때 미국이 휴전 관리에 단계별로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가적인 방공 시스템, 특히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을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서 이용 가능한 시스템을 찾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루비오 장관 등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전력 공급망과 원자력 발전소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전력 및 유틸리티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원전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 등도 "미국이 (우크라이나) 원전을 소유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인프라를 보호하고 에너지 인프라를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히면서 미국의 원전 소유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자포리자 원전이 우크라이나에 반환되면 미국의 참여와 투자로 발전소를 현대화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다만, 유럽 최대의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 직원들이 근무하지만 러시아 점령지에 속해 있어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합의한 에너지·인프라 부분 휴전으로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의 완전한 종전 노력이 수개월간 교착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직전에도 러시아 기업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의 영토를 러시아의 것으로 인정받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영토와 관련해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자포리자 원전 운영에 미국이 관여하는 방안을 열어둔 것도 원전 반환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도 종전 협상 변수 중 하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에 우크라이나군이 있는 상황에서는 휴전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합의 조건을 위반하면 우크라이나도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정을 위한 양측 실무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나 에너지 분야 부분 휴전을 흑해에서의 해상 휴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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