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생성형 AI 모델에 대한 무료 오픈소스화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미국 AI 기업의 수익화 전략을 흔들고, 미국의 대(對)중국 AI 하드웨어 제재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이러한 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3일 IT(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바이두(Baidu)는 자사 최신 생성형 AI 모델 ‘어니(ERNIE) 4.5’를 무료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 13일 AI 챗봇 ‘어니 봇’을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발표한 바이두는 거대언어모델(LLM) 어니 4.5의 점진적 출시와 함께 6월 30일 무료 오픈소스화를 선언했다.
앞서 알리바바(Alibaba)는 ‘큐원(Qwen) 2.5 Max’를 무료 오픈소스로 공개했으며, 텐센트(Tencent)도 지난 1월 ‘혼원(Hunyuan) 3D-2.0’과 ‘혼원비디오(HunyuanVideo)’를 무료로 배포했다. 이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모델은 딥시크(DeepSeek)의 ‘R1’이며 업계는 이를 중국의 무료 오픈소스 공세 본격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칭화대학교, 베이징 AI 아카데미(BAAI), 푸단대학교 등 학계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고성능 무료 오픈소스 AI 모델이 급속히 확산 중이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이 지난 1월 대중국 AI 기술 통제를 강화하면서 가속화됐다. 미국이 중국의 최신 AI 칩 수입을 차단하고 중국산 모델을 배제하기 시작하자 중국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무료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깃허브(GitHub)와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통해 배포되는 중국산 오픈소스 AI 모델은 미국 제재를 우회하면서도 시장 파급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xAI 등이 최근 프리미엄 모델을 앞세워 수익화에 나선 상황에서 이들의 수익 모델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자체 클라우드 사용 강제와 보안 이슈로 인해 아직 GPT 같은 모델을 주로 활용하지만 소규모 개발자들 사이에 중국산 모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무료 오픈소스 모델은 시장 영향력뿐 아니라 AI 개발 경쟁력에서도 미국 빅테크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GPT 수준의 모델이 무료로 배포된 뒤 개발자들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픈소스 특성을 활용해 중국산 AI가 미국 시장에 진입하거나 미국 내 첨단 하드웨어를 이용한 개발도 가능해진다.
트럼프 정권 들어 중국에 대한 첨단 산업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중국의 무료 AI 공세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산 AI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보통신기술원(CAICT)의 2024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LLM 가운데 36%가 중국에서 개발됐으며, 이들 대부분이 무료로 배포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의 무료 오픈소스 공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 빅테크와 AI 스타트업이 수익 모델 없이 AI 개발과 공급을 무한정 이어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겠지만 2026년부터는 수익성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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