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2시간 30분짜리 비상계엄’이 내란죄의 핵심 요건인 ‘국헌문란’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5·18 광주민주화운동 판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내란죄 성립에 필요한 ‘국헌문란의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국헌문란의 목적은 반드시 현실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폭동행위 시 그 목적이 존재하면 족하며, 그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내란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97.4.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해석에 따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지시와 군 병력 동원 시도, 국회 봉쇄 및 선관위 서버 탈취 시도 등을 폭동으로 보고, 그 목적이 국헌문란에 있었다면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전원 교수는 이 판례를 인용하며 “죽은 5·18 희생자들이 남긴 법리”라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병력 투입 등 폭동행위 시점에 국회와 선관위의 기능을 상당기간 정지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정황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쪽지 △국회 봉쇄 시도 △선관위 서버 탈취 시도 △국회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에서 명백히 드러난다는 주장이다.
차 교수는 “설령 국민의 저항으로 계엄이 2시간 만에 해제됐다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실패가 아닌 기수범”이라며, “대법원 판례가 밝히듯 목적이 있었고, 이를 위한 실행이 있었다면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이 짧았다는 이유만으로 내란죄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판례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주장은 헌법파괴 시도를 법리로 포장한 궤변”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측은 ‘상당기간’ 기능 정지 여부를 핵심 요소로 본다. 이명웅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연구관)은 같은 96도3376 판례를 인용하면서도, 해당 판결이 당시 12·12 군사반란 및 5·18 계엄 확대가 국무총리와 국무회의의 기능을 한 달 가까이 중단시킨 사실을 전제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그 시간 자체가 너무 짧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국헌문란은 단순히 제도적 위협이 아닌, 실제 권능행사가 강압에 의해 불가능해진 상태를 의미한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선포 후 해제까지 2시간 30분밖에 되지 않아 ‘상당한 기간’ 기능이 정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국회 봉쇄, 선관위 서버 통제, 국회의장 체포 시도 등 폭력적 정황이 확인된다면, 비상계엄의 지속 시간과 무관하게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해석도 판례상 가능하다. 결국, 헌재의 판단은 ‘폭동 당시의 국헌문란 목적’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또 그것이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수준이었는지에 달렸다. 만약 헌재가 계엄이 권력기관의 작동을 실질적으로 막지 못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면 내란 성립을 부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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