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기업의 변압기가 빅테크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올라탄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덤핑 관세도 일부 피해 가며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대미 수출량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수출량도 확대하며 사업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달 초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변압기 제조업체들에 반덤핑 관세율을 확정 통보했다. LS일렉트릭은 16.87%를 부과받았고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반덤핑 관세를 피했다.
이번 반덤핑 관세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미국에 수출한 변압기를 대상으로 한다. 미국은 2012년 한국산 변압기에 처음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후 수차례에 걸쳐 관련 과세를 해왔다.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 과세 판단에는 현지 생산 시설 유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각각 미국 앨라배마주와 테네시주에 변압기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북미에 판매한 변압기의 40%를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했고, 올 하반기 1850억원을 투자해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도 북미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테네시 공장 생산분으로 감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최대 25%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예고하면서 대미 수출 위축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지만, 여기서 변압기는 예외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를 지속해서 확충하면서 미국 변압기 시장 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AI 학습·추론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대규모 냉각 시스템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약 20배 이상 용량의 초고압 변압기를 필요로 한다. 시장조사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 연간 전력 소모량은 지난해 25기가와트(GW)에서 2030년 80GW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생산 고압 변압기의 83%, 초고압 변압기의 42% 이상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한국 변압기의 대미 수출량은 18억 달러(약 2조6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대미 수출 품목 중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변압기 업계 관계자는 "기존 반덤핑 관세뿐만 아니라 상호관세 부과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대미 수출·생산량 확대와 함께 타지역 AI 데이터센터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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