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3월이면 새내기 대학생들이 교정을 찾는 것처럼 군복 입은 소위들이 패기와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임관한다. 왜소해 보이는 계급장이지만 은빛 다이아몬드 하나가 뿜어내는 빛은 눈 부시기만 하다.
육군은 주로 육군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학군장교(ROTC), 학사장교, 간부사관장교 등 다양한 임관 과정으로 구분되는데 최근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염려스럽다. 그들의 임관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사는 올해 81기 223명이 임관했는데 지난해 80기는 277명이었다. 무려 54명이나 줄었다.
학군장교는 가장 심각하다. 육군 초급장교 인력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는데, 지난 2월 말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학군장교 임관식을 통해 총 2758명(육군 2450명·해군 84명·공군 146명·해병대 78명)이 소위로 탄생했다. 2022년 3561명, 2023년 3368명, 2024년 2776명이었는데, 지난 3년간 약 800명이 줄었다.
특히 서울 24개 학군단에서 올해 임관한 인원은 394명에 불과하다. 서울대 8명, 연세대 12명, 고려대 5명, 건국대 9명, 한양대 2명이다. 대학별 100명 이상 임관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꿈같은 추억일 뿐이다. 학군단 자체의 생존도 어려운 실정이다.
육군3사관학교는 지난 2월 60기 368명이 임관했는데 59기는 476명이었다. 매년 6월경 학사사관과 간부사관 장교들도 임관하는데 지난해 438명에 비해 올해는 몇 명이 임관할지 궁금하다. 학사장교로만 1000명 넘게 임관하던 시절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보다 육사는 50여 명, 3사는 100여 명 줄었고, 학군장교는 2022년에 비해 800여 명 감소했다. 소위 총 1000여 명이 3년 전에 비해 사라진 것이다.
물론 군구조 개혁 등 여러 가지 사유로 부대와 병력이 줄고 있지만 산술적으로 소위 보직 1000여 개가 공석으로 남을 가능성도 우려스럽다.
국방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장교임관 감소에 대한 냉철한 원인 분석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소위 임관’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18개월 복무하는 병사들을 지휘하며 엄청난 노력과 직무 부담, 책임을 감당하고 있지만 그에 합당한 처우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상실감이 크다. 병장과 하사 그리고 소위가 월 200만여 원의 비슷한 급여를 국가에서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급여와 복지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장교라는 자부심으로 군 생활의 보람을 간직했는데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지쳐 보이는 선배들의 표정을 대면하거나 기죽은 체념을 듣게 되면 장교를 희망하던 후배들은 스스로 마음을 폐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국방부가 요구하는 초급간부 급여와 당직근무수당 등 복지예산을 과감하게 반영하고, 국회는 뒷받침해야 한다. 비상계엄 사태가 지난 4일 헌법재판소 위헌선고로 일단락된 가운데 오는 6월 열릴 대통령 선거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 일정과 겹친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초급간부 예산 문제가 외면되어선 안 된다.
군 초급간부를 위한 처우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사라진 1000명이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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