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 빌딩 뮤지엄에서 열린 전국공화당의원위원회(NRCC)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부과한 교역국들과 협상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미국은 동맹이자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한국과 일본을 우선 협상 대상으로 지목했다. 반면 맞보복에 나선 중국에는 104%의 상호관세 부과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덕수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알렸다.
그는 “거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 좋은 통화를 했다”며 “그들 최고의 팀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상황은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9일 상호관세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한국과 협상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미국은 지난 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미 관세가 사실상 없는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보복관세로 맞대응한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즉시 관세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같은 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관세 문제를 협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한국 정상과 연이어 통화한 것은 동맹과 먼저 협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장 긴밀한 동맹이자 교역 파트너 중 일본과 한국을 분명히 우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동맹에 대한 우호 제스처로 해석될 수 있지만 무역적자가 큰 한국과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내 협상 성과로 부각하고 이를 향후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일종의 기준점이나 선례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미 CNBC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화 여부와 시기는 대통령이 정하겠지만 지금 당장에는 우리는 일본과 한국 등과 같은 우리 동맹과 교역 파트너들을 우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날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 등과 협의한다. 일본도 미국의 관세폭탄을 ‘국난’으로 규정하고 담당 장관을 지정해 본격 교섭에 나설 방침이다.
전 세계 각국은 한국과 일본의 협상 과정 및 결과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7일 방미해 정상회담을 한다. 46%의 관세를 맞은 베트남도 부총리를 미국에 급파했다. 32% 관세로 충격을 받은 대만도 부총리 격인 부행정원장이 방미길에 오른다.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등 패키지 딜 거래 의중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원스톱 쇼핑’ 발언에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 전화통화에서 협상 테이블에 무역 및 관세와 무관한 사안도 같이 올릴 것이라며 “원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패키지 딜 방식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의 경우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 온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함께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고, 미국과 조선업 및 LNG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의 제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반응은 비교적 우호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헤셋 위원장은 “미국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정말 긍정적이었다. 테이블에 정말 많은 양보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거래가 관세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한지 여부는 물론 궁극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센트 장관은 “일본, 아마도 한국, 아마도 대만이 제공할 수 있는 알래스카의 대규모 에너지 거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며 “일본과 한국, 그리고 대만이 많은 가스관과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며 이는 미국에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기에 그들이 먼저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대미 보복을 예고한 중국에는 집권 2기 출범 후 누적 104%의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중 50% 추가 관세 부과는 “9일 오전 0시1분에 발효된다”고 했다.
그는 “보복 조치를 한다면 중국의 실수로, 미국은 맞으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며 “그것이 104%의 관세가 시행되는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베센트 장관도 “우리가 그들(중국)에게 수출하는 양이 그들이 우리에게 수출하는 양의 5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중국이 관세를 부과해봤자 우리가 잃을 건 거의 없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후 중국에 10%씩 두 차례에 걸쳐 추가 관세를 부과한 뒤 9일부터는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강력 반발해 미국과 같은 수준의 보복관세 부과로 맞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50%의 추가 관세를 더 얹어 재보복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50% 추가 관세 위협에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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