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트럼프 관세' 우선협상 지위로 반사이익 챙겨야

  • 약점과 조급함을 최대한 활용해야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전 세계 교역 대상국에 대한 트럼프 2기의 관세 폭탄이 열흘도 되지 않아 예상보다 강한 후폭풍을 만나면서 소용돌이를 친다. 미국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거세진다. 우선 금융 시장이 요동친다. 미국 국채와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하고 달러에 대한 다른 통화의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경제의 침체가 예상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는 이상 현상이 동반되고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100년 전과 유사한 대공황을 예측하면서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우려한다. 미국 경제를 다시 살리겠다는 트럼프의 독단적 리더십이 세계를 긴장시키면서 각국 정치의 극단화를 불러일으킬 조짐마저 나타난다. 이념과 체제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라 지구촌의 이합집산이 새롭게 만들어질 가능성도 농후해진다.
 
현재 상황을 보면 트럼프의 관세 때리기가 논리적이지 않고 방향성도 모호해 대응에 고심하는 각국의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에 대해 불공정한 무역행위를 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 이유 외에도 방위비나 핵 관련 이슈도 패키지로 끼워 넣으면서 상대 국가를 코너로 밀어붙인다. 이른바 ‘원스톱 쇼핑’이다. 4월 초에 발표한 교역 상대 주요 국가들에 대한 상호 관세율은 일단 예고로 향후 개별 국가별로 협상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과연 트럼프 정권의 의도대로 관세 보복이 미국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양대 축이자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의 반응도 만만치 않다. 절대 굴복하지 않고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맞불 관세에 금리 인하와 추가 재정 투입 등 가능한 실탄을 최대한 동원하면서 끝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미국의 전통 동맹국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동안 소원했던 중국과 EU의 관계 개선으로 반(反)트럼프 연대의 선봉에 설 조짐이다. 이 연대에 더 많은 국가의 합류를 유도, 세력을 키우면서 미국의 칼날을 무디게 하고 궁극적으로 고립화시켜 나가겠다는 셈법이다. 당연히 국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자체 큰 시장을 갖고 있거나 버틸 힘을 가진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의 생존 방식이 다른 것이다.
 
한국은 후자에 속하는 국가일 수밖에 없다. 같은 처지의 일본도 마찬가지다. 강하게 맞서기보다 협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부존자원이 없고 내수 시장만으로 경제 활력을 유지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다. 정권의 색깔이 바뀌더라도 미국은 일관되게 중국 때리기를 계속한다. 다만 바이든과 트럼프 정권이 구사하는 선택과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전자가 동맹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반면에 후자는 오로지 동맹과 적을 구분하지 않고 미국에 이익에 반하는 국가에 대해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것이 맞는 방향인지는 시차를 두고 입증될 것이다.
 
미국의 궁극적 과녁 중국, 유연성 발휘하여 주고받기하면 실익도 있어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은 2030년 이후에는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시나리오의 현실화다. 시간이 다소 늦춰질 수 있겠지만 이는 대체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2050년에는 인도에까지 밀려 미국의 경제력이 3위로 내려앉는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패권 국가인 미국이 이를 용인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이 이를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간은 오히려 중국 편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 제조업의 힘을 꺾어보려고 인도나 동남아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지만, 이들이 중국을 대체하는 데에 시간이 단축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또 하나의 수단으로 꺼내든 관세 폭탄 강경책마저 중국보다 미국 경제에 먼저 타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관세’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석연치 않다. 미국을 요새화하여 미국 시장에서 미국 내 생산 제품만 팔리게 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미국의 실업을 줄이고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많다. 결국 미국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정치력은 후퇴하고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고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중국 제조업의 위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 혹은 신흥 공업국과 협력을 확대한다면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 외부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노선을 견지했던 바이든 정권의 정책적 접근이 현실적으로 현명했다. 트럼프만의 방식으로 이미 막강해진 중국의 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하고 자가당착에 가깝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트럼프가 일단 후퇴 기어를 밟았다. 국가별 상호관세 발효 하루도 지나지 않아 중국을 제외한(125%를 더해 합계 관세 145% 부과) 70여 개국에는 90일간 유예하고 기존 10%의 관세만 부과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지명했다. 이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많다. 선택지가 적어 미국의 말을 잘 듣는 이 양국과의 협상을 통해 결과를 다른 국가에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국 내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협력 거리가 많은 양국을 선택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시간은 벌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절대 서두르지 말고 개별 사안에 집착하지 않되 큰 틀에서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약점과 조급성을 역이용하고, 비위를 맞춰주면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 국익을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힘을 합치면 아직 기회는 열려 있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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