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주택 시장의 분양 양극화로 지방 중소·중견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최근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최근 시공능력순위 100위권 내 건설사 중 부실 징후를 보이는 건설사가 올해 15곳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지난해 11곳보다 4곳이나 많아졌다. 나신평은 △영업적자 △부채 과중 △순차임금 과중 △매입채권 과중 등 설정된 4개 지표 중 2개 이상을 충족하는 업체를 부실 징후 건설사로 선별하고 있다.
특히 시공능력순위 상위 100개 업체 중 31~100위 건설사가 부실 징후 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22년에는 50%(1곳)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87.5%(7곳), 2024년에는 90%(10곳)를 돌파해 올해는 93%(14곳)를 넘길 전망이다.
이러한 중견사의 부실은 건설 경기 침체와 함께 분양 시장의 양극화가 요인으로 지적된다. 나신평 자료를 보면 시공능력 상위 10곳 건설사가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4.7%였다. 이는 2022년 비중이 33.5%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2년 새 30%포인트 넘게 확대된 것이다.
수도권 분양 시장에서 10대 건설사의 위상이 강화된 반면, 지방의 경우 분양 시장 위축과 입주율 악화가 이어지면서 지방에 거점을 둔 현지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3월 비수도권의 아파트 입주율은 조사 이래 역대 최저치인 55.1%에 그쳤다. 5대 광역시가 49.6%로 전달 대비 20.0%포인트 급락했고, 기타 지방도 59.3%로 전월보다 입주율이 8.1%포인트 하락했다.
충청권의 A 건설업체 관계자는 “하청이나 전문업체는 물론 중견 종합업체 역시 미수채권이 빠르게 쌓이고 유동성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지며 벌여 놓은 사업도 손쓰기 어려운 수준인 사업장이 많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 시공능력순위 100위권 내 건설사에서도 부실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스 비즈라인 집계를 보면 시공능력순위 300위권 내 건설사 중 올해(1~4월) 법정관리 신청에 나선 곳은 총 11곳이다. 지난해 전체 15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그 수가 가파르게 늘었다.
특히 100위권 이내 업체도 2곳이나 됐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업체 중 100위권 이상 업체는 전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실 그림자가 중견 건설사로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견 건설사들의 부채비율도 200%를 훨씬 넘어서는 등 재무 부실 위험이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잇달아 기업 회생에 나선 건설사들 상당수는 부채비율이 적정 수준인 200%를 2배 가까이 상회한 기업들이었다. 신동아건설의 경우 지난해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428.8%에 달했다. 삼부토건 역시 부채비율이 381.7%로 400%에 육박한 바 있다.
일부 중견사들의 부채비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특히 최근에는 시공능력평가 30위권 안팎의 업체들도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시공능력평가 19위인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최근 재무 개선에도 여전히 부채비율이 364% 수준에 달한다. 부채비율이 500% 수준인 기업들도 다수다. 시공능력평가 36위인 HJ중공업은 538%, 20위인 금호건설은 640%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자기자본 대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입 비중이 100%를 훨씬 넘는 건설업체도 상당수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PF 차입 금액이 자기 자본 대비 351.7%를 기록 중인 상황이다. 두산건설도 차입 비중이 자기 자본의 300%를 넘겼다. 200% 수준인 곳도 SGC이앤씨(289.6%) 비롯해 신세계건설(208.4%), 롯데건설(204.0%) 등이 이름을 올렸고, 쌍용건설과 금호건설도 각각 자기자본 대비 PF 차입 비중이 150%를 넘긴 192.4%, 158.8%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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