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당분간 격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對中) 상호관세를 기점으로 중국이 대미 정책 기조를 ‘협상 모색’에서 ‘강경 대응’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트럼프 1기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철저히 준비한 만큼, 강경 대응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미중 무역전쟁 격화를 피하려고 했던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상호관세가 발표된 4월 2일)을 선언한 이후 대미 정책 기조를 전 정부 차원의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고 전했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한정 부주석을 특사로 파견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때부터 미국과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써왔다. 통상 워싱턴 DC 주재 중국 대사가 파견됐던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중국 고위급 인사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과 3월 중국에 각각 부과한 10% 관세에도 중국은 대미 보복 관세 부과 대상을 대중 수출 비중이 낮은 품목으로 설정하는 등 보복 수위를 조절하며 절제된 대응에 나섰다. 상무부 등의 미 관세에 대한 입장문 마지막은 항상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결하자”는 문구로 마무리하며 협상 여지를 열어두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자, 중국의 대응은 달라졌다. 중국 정부는 청명절 휴일이었던 지난 4일 미국의 상호관세가 공식 발효되기도 전에 보복 관세를 발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앞선 두차례의 보복 조치가 미국의 관세가 발효된 이후 발표된 것과 대비된다. 한 중국 당국자는 이같은 신속한 대응이 “모든 부서의 공식 승인 없이도 결정됐던 코로나19 초기 대응책 발표 때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중국은 트럼프 1기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립한 미국 기업 60곳에 대한 제재, 희토류 등 광물 수출 통제 등을 포함한 보복 전략의 전면적인 시행에 나섰다.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은 이에 대해 “트럼프의 정책을 연구해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임무를 맡은 중국 당국자들이 몇주 동안 준비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최근 공무원들을 ‘전시 태세’에 돌입시키고, 이 일환으로 외교부·상무부 등에 휴가 계획을 취소하고 휴대전화를 24시간 켜놓으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에서 미국을 담당하는 부서의 인력도 보강됐으며 트럼프 1기 때 대미 대응을 담당했던 관료들이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미 정책 기조를 강경 대응으로 전환한 중국은 외교적으로 우군 확보에도 나섰다. 중국 정부는 외교관들에게 다른 국가들이 중국과 함께 미국에 맞서도록 설득하기 위한 외교 공세를 펼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외교관들은 각국 대사관에 협조 요청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한에는 세계 다극화와 미국 관세에 대한 국가들의 공동 대응 필요성에 대한 설명, 미국 정책에 대한 비판 등이 포함돼 있으며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미국 우방국도 접촉 대상에 포함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시 주석은 우군 확보를 위해 올해 첫 순방지로 동남아 3개국을 선택하고 이날부터 18일까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잇달아 찾는다.
다만 중국은 협상의 여지는 계속해서 열어두고 있다.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 간의 관계는 사람 간의 관계와 같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항상 허황된 힘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면서 “공통점을 찾으려면 진정한 이해와 평등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