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 전경.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명문 하버드대학교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하버드대가 정부의 반(反)유대주의 근절 등 정책 변경 요구에 맞서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트럼프 대통령은 보조금을 끊은 데 이어 ‘면세 지위 박탈’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런 가운데 매사추세츠공대(MIT), 컬럼비아대 등 대학가에서 하버드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미 대학들 간의 갈등으로 번져나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하버드대를 겨냥해 “면세 지위는 전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따른 행동에 달렸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전날 하버드대가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한 정부의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22억 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을 동결한 데 이어 면세 지위까지 박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하버드대가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며 테러리스트의 영감을 받거나 (테러리스트가) 지지하는 질병을 계속 추진한다면 면세 지위를 잃고 정치 단체로 세금이 매겨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그들이 연방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며 “그는 하버드대가 자신들의 캠퍼스에서 유대계 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벌어진 끔찍한 반유대주의에 대해 사과를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를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하버드대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이고 거친 시도를 거부하는 동시에 모든 하버드 학생들이 지적 탐구, 치열한 토론, 상호 존중의 환경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 다른 고등 교육기관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다른 기관들도 이를 따르기 바란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하버드대의 강경 입장 고수에 다른 미국 대학들도 동요하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바 있는 컬럼비아대의 클레이 시프먼 총장 대행은 하버드대의 수용 거부 사실에 큰 관심을 보인다면서 자신들에 대한 일부 요구 역시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예일대에서는 수백 명의 교수진이 공개서한을 통해 “미국 대학들은 민주사회의 기반이 되는 원칙인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학문의 자유에 대한 비상한 공격에 직면해 있다”며 “교수진이 한목소리로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전날 하버드의 뒤를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스탠퍼드대는 총장과 교무처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국가의 과학 연구 역량을 망가뜨리거나 정부가 민간 기관을 장악하는 방식으로는 건설적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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