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조건⓷] 방향 잃은 경제 정책…전문가 "차기 정부는 구조개혁부터"

  • '747-창조경제-소득주도성장'은 성패 떠나 뚜렷한 비전

  • 2025년도 어두운 경제 전망…정부 주도 '질적성장' 필요

  • 학계 "인기몰이 공약 이젠 안돼…재도약 기틀 마련해야"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윤석열 정부의 결정적인 실패 요인 중 하나로는 경제정책 방향의 모호성이 꼽힌다. 지난 정부부터 이어진 역대급 세수 결손 상황에서의 건전 재정 기조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았다. 다만 '경제 컨트롤 타워'로 불리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 조직이 지나치게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미래 산업 육성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은 어느 때보다 뼈아프게 다가왔다. 학계에서는 오는 6월 취임할 차기 대통령이 현금성 공약을 남발하기 보다는 구조적 개혁 중심의 경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각 정부마다 뚜렷한 경제 기조를 내세웠으나 성패는 장담키 어려웠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적극적 성장론을 표방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이른바 '747'(연평균 7% 성장, 1인당 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을 중심으로 감세 정책, 4대강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을 통한 건설 경기 부양에 주력했다. 세계적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 등 대외 환경 악화로 목표 성장치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타 국가 대비 수월하게 위기를 극복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는 저성장 시대에 돌파구로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삼아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 기술) 융합을 통한 신산업 육성,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지원 강화 등을 추진했다. 다만 '국정농단 스캔들'로 임기를 마치지 못했고, 가시적인 성과가 사실상 부재했다는 한계를 남겼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복지 확대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이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졌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일관된 비전 없이 세수를 걸어 잠갔다. 규제 혁신과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성과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차기 대통령이 마주할 미래도 그리 밝진 않다. 전례없는 미(美) 관세 조치 여파와 끝 없는 내수경기 부진 속에서 더욱 도전적인 환경을 맞닥뜨릴 것으로 예측된다. 석학들은 단순한 정치적 슬로건이나 선심성 공약을 내거는 관행에 대해 비관적인 해석을 내놨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주도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7년째 성장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평균적으로 2%대 경제 성장을 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질적 성장을 하지 못해서다"라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양자컴퓨터, 로봇 등 기술적으로 꼭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근본적으로 산업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R&D(연구개발) 비용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용을 늘리는 조건부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경제 상황은 단순히 경기 둔화 현상이 아니다"라며 "지난 20여 년간 지속된 총요소생산성 하락과 각종 규제 강화 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또 "문재인 정권 때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그 여파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탄핵 사태로 국가 운영 시스템의 마비되면서 관세 전쟁 등 해외 충격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조기 대선에 뛰어든 후보들의 경제 정책이 엇비슷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교수는 "이상한 슬로건을 갖고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중산층을 살리자는 정책들도 있던데 이해도 안 되고 말도 안 된다. 문제는 소득격차가 아닌 자산격차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민간에 돈 뿌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결국 그렇게 들어온 돈은 해외로 빠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추경액을 기업에 곧바로 지원한 뒤 고용 하나만 조건을 걸면 된다"고 제안했다.

양 교수는 "대선 공약이 비슷한 것은 그만큼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비슷하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획기적인 정책들을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한 충격 요법"이라며 "우리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인기 영합적 정책으로는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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